제작 : 김나율 / 아나운서 : 권민규,우인화 / 기술 : 김나율

(S1 : Citizens! - True Romance [4:03])

A: 대학이라는 새로운 레일 위에서

스무 살이라는 출발선에 서 있는 나.

내 이름은 김민지.

이제 대학 입학하는 새내기다.

내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스무 살

그리고 나의 새내기 시절을

나는 지금 이 일기장에 기록해보려 한다.

언젠가 이 일기를 보면서

그때를 기억하고 미소 짓길 바라며,

오늘의 일기.

2019년 5월 23일 날씨 ○○

조별과제는 만병의 근원이다.

(M1 : Kacey MusGraves - High Horse [03:33])

A: 김민석은 그렇게 혼자서 한참을 중얼거리며

자신에게 족보를 주지 않은 이유를 추측하다가

B: “헐. 야. 설마”

A: “뭐. 드디어 알아냈냐?

니 재희 선배한테 잘못한 거 있지?”

B: “아 진짜 설마.”

A: 김민석은 썩은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A: “아, 뭔데? 왜 그렇게 쳐다보는데?”

B: “재희가 너 좋아하나?”

A: 그 말에 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A: “아, 뭔 소리야. 이건 또!”

B: “그체? 말도 안 되제? 으으, 소름 돋을 뻔.”

A: “(발끈하며) 야, 그래도 소름 돋을 정도냐?”

B: “소름 돋지! 재희 걔가 얼마나 인기 많은 지 아나?”

A: “하긴, 그 얼굴에 인기 없는 게 이상하지.”

B: “맨날 창대전인가 뭐시긴가,

거기에 여자친구 있냐고 글 엄청 올라오고 막∙∙∙”

A: “야, 잠깐만. 언제는 그거 니 얘기라 매.”

B: “아, 나도 몇 번 올라왔다니까?”

A: 내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자

B: “아 어쨌든! 한재희 인기 장난 아니야.”

A: 라고 김민석은 말을 돌렸고,

그 말에 어딘가 시무룩해지는 느낌이었다.

B: “야, 뭐야. 니 표정 왜 그러냐.”

A: “...”

B: “니 설마 한재희 좋아하냐?”

A: “그런 거 같은데.”

(M2 :Musiq Soulchild - ifuleave [04:12])

A: 내가 진지하게 대답하자 김민석은 매우 당황했다.

B: “엥? 뭐, 잠깐만, 뭐라고? 내가 잘못 들었나?”

A: “재희 선배 좋아하는 것 같다고.”

B: “으악 미친! 아니, 진짜? 진심으로?”

A: “(짜증 내며) 아, 어. 좀 오버하지 마라.”

B: “와, 진짜 양심이∙∙∙”

A: “뭐라고?”

A: 나는 있는 힘껏 눈을 부릅 뜨고

김민석을 쳐다봤다.

B: “(당황하듯이) 아니 너 말고 한재희가 양심 없다고.

16이 어떻게 19를 꼬셨대? 하, 고놈 참~”

A: “아, 막 꼬시고 그런 거 아니거든.”

B: “(놀리듯이) 그럼 뭔데? 그럼 뭔데?”

A: 아까부터 오두방정 떠는 김민석이 얄미워서,

나는 그냥 말하는 걸 포기했다.

A: 중간고사가 끝나면

마음이 편할 줄 알았는데,

이제는 재희 선배 때문에

마음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선배는 왜 나한테만 잘해주는 걸까?

개강 총회부터 MT, 그리고 시험까지

이때까지 과하리만큼 나를 챙겨주긴 했다.

진짜 나한테 마음이 있는 건가 싶다가도,

원래 남을 잘 챙겨주는 재희 선배라서

나 혼자만의 착각인지 헷갈렸다.

그리고 나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게 팬심으로 좋아하는 건지,

이성으로 좋아하는 건지 말이다.

(M3 : Khaild, Disclosure - Talk [03:18])

B: “자, 여러분. 중간고사 다들 어땠나요?”

A: 누굴 놀리는 건가.

교수님이 그렇게 묻자

강의실이 급격히 조용해졌다.

다행이다. 나만 못 친 건 아닌 것 같다.

B: “갑작스럽지만, 다들 시험을 너무 잘 쳐서

평가 항목을 하나 더 늘려야 할 것 같습니다.”

A: 뭐야. 조용하길래 다 망한 줄 알았는데

다 잘 쳐 놓고 가만히 있는 거였네.

B: “제가 여러분께 조별 과제를 내드리겠습니다.”

A: 갑작스러운 교수님의 조별 과제 선언에

강의실은 아까보다 더 찬물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아. 교수님 제발. 전 어차피 시험 망해서

조별 챙겨봤자 재수강이라고요.

그냥 재수강할게요.

A: 조는 한 조당 3명으로 이루어졌는데,

나는 운 좋게도 서영민이랑 같은 조가 됐다.

근데 문제점은 나머지 한 명이다.

B: “하하, 새내기들 안녕? 나는 13학번 최민석이야.”

A: 도대체 13학번이 왜 1학년 전공을 듣는 거야.

B: “어휴, 우리 셋 중에 나만 썩은 물이다 그치? 하하”

A: 하나도 재미없는데..

B: “내가 이번에 4학년인데 말이야!

졸업하기 전에 이거 재수강은 꼭 해야 할 것 같아서~”

A: 그것참 TMI네요..

B: “나때는 말이야.

이 수업 조별과제 2개였다니깐?”

A: 나왔다. 나때는 말이야 나왔다.

현실에서 흔히 말하는 꼰대 선배를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나는 그 선배가 뭐라 하건 대답하지 않고

한 마디 끝날 때마다 마음 속으로 욕했다.

(M4 : Maroon 5 - Girls Like You (feat. Cardi B) [03:55])

B: “그러고 보니 민지라 했나?”

A: 속으로 계속 흉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한테 말을 걸어와서 깜짝 놀랐다.

B: “네가 이번에 수석으로 들어왔다며?”

A: “아, 예. 뭐.. 근데 저 중간 망해서요.”

B: “이야~ 수석으로 들어오다니 대단해!”

A: 아니, 수석으로 대학 들어오면 뭐 하냐고.

당장 중간고사가 망했는데.

선배는 내 말은 싹 무시하고

부담스럽게 내 칭찬을 계속하더니,

B: “이야~ 우리 조에 수석도 있고

조별 과제 걱정은 없겠다!”

A: “예? 아니..”

B: “그럼 민지 니가 조장하면 되겠다!”

A: “뭐라고요!?”

B: “원래 내가 하려고 했는데

오빠가 4학년이라.. 너무 바빠서 그래~”

A: 아니 진짜 무슨 이런 사람을 다 봤나.

A: 영민이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냈지만

영민이는 이미 고학번 선배의 등장에

얼어붙은지 오래였다.

B: “그러면 조장은 민지가 하는 걸로 하고~

우리 번호 교환이나 할까?”

A: 그러더니 그 선배는 함부로

내 폰을 가져가면서,

B: “오빠 번호 비싼데~”

A: 라며 자기 번호를 입력했다.

폰을 돌려받아서 화면을 봤는데,

B: “응? 왜?”

A: “이름이 최민석이세요?”

B: “응! 아까 얘기했는데?”

A: 그거야 댁 얘기 집중 안 했으니까.

이름이 최민석이라니,

김민석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다.

역시 이 세상 민석이들은 다 이상한 것 같다.

(M5 : NCT 127 - 악몽 [03:26])

A: 그렇게 조별 과제를 시작한 지 이 주일째,

B: “와, 이 선배 또 전화 안 받네.”

A: “야, 진짜 미친 거 아니야?”

B: “안 그래도 세 명이서 하기엔 벅찬데.”

A: “(짜증 내며) 아, 그 선배 제정신이냐고. 진짜.”

B: “야야.. 왜 그래 참아 참아.”

A: “참게 생겼냐? 나는 발표, 너는 PPT,

그 사람이 자료 조사인데,

왜 우리가 자료 조사하고 있냐고.”

B: “그건 그런데.. 너무 고학번이라..”

A: “아, 나 못 참겠어. 전화 다시 걸어보자.

한 마디 해야겠다.”

B: “야, 민지야 진짜, 우리가 참자 응?”

A: “야, 이 사람 2주 째 한 거 없어!”

B: “아이, 오늘 내가 자료 조사 많이 해왔어.

오늘은 일단 이걸로 해보자.

선배한테는 내가 나중에 전화해볼게.”

A: 연락 두절이 된 고학번 선배랑,

그로 인해 화가 머리끝까지 난 나 사이에서

영민이가 너무 눈치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오늘도 둘이서 자료 조사를 해버렸다.

(S2 : NCT U - Radio Romance [03:39])

A: 영민이의 문제는 하려는 의지는 높지만

의지에 비해서 그 결과는 별로라는 것이다.

영민이가 조사 해온 내용에는

온통 위키백과, 네이버 사전, 심지어 지식인까지

양은 많았지만 핵심 내용보다는

쓸데없는 내용이 훨씬 많았다.

결국 내가 자료 조사를 다시 다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재희 선배 때문에

마음이 엄청 복잡했는데,

조별 과제 때문에 그 생각은 접어둘 수 있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오늘의 일기 끝.

 

김나율 수습국원  cubrad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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