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 김나현 / 아나운서 : 우인화 / 기술 : 김나현

(S1 : 터닝테이블 - 고민, 밤, 거리, 비[02:53])

아나운서 : 신라 경문왕의 귀는

당나귀의 귀처럼 길었다고 해요.

그것을 부끄러워했던 그는 왕관 속에 귀를 숨겨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게 했으나,

단 한 사람,

그의 왕관을 만드는 복두장은 알고 있었죠.

(쉬고) 이 사실을 알렸을 때

자신에게 해가 될까 노심초사하던 복두장은

이것을 비밀로 하기로 해요.

그러나 죽음이 임박하자,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도림사의 대나무 숲에 가서 이렇게 외쳐요.

(쉬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S1↗

아나운서 : 누구나 마음속에

말 못 할 고민을 가지고 있어요.

부끄러워서, 두려워서,

다른 사람의 눈치가 보여서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

답답해만 하지 말고, 우리 대나무 숲에 이야기할래요?

(M1 : 헤이즈 - 괜찮냐고[03:51])

아나운서 : 학기에 들어간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시험기간입니다.

언제가 됐든 시험은 항상 급하게 찾아오고,

크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시험준비는 잘 되고 계신가요?

M1↗

어? 저기 시험기간이 다가왔는데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사람이 있네요~

혼자 시험을 안치는 건가?

시험시간이란 게 무색하다고 느낄 정도로

밝은 모습인데요?

어떤 이유인지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볼까요?

(M2 : 바닐라 어쿠스틱 - 같은 말[3:35])

사연자 : 시험기간이예요!

저번 주까지 환하게 폈던 예쁜 꽃들도

우리의 시험기간이라는 걸 아는지 모두 지고,

주말 도서관에는 모자와 안경을 쓰고

시험 공부를 하러 온 학생들이 북적북적했어요!

(멋쩍게) 저도 시험공부 해야 해서,

도서관에 마음먹고 책 바리바리 싸갔지만,

책장만 몇 번 넘기다가 그냥 왔네요~히히

M2↗

사연자 : 시험을 앞뒀는데

왜 편하고 아무렇지 않아 보이냐고요?

(쉬고) 뭐~ 힘든 척 할 필요있나요?

힘든 건 내가 제일 잘 알고,

내가 아무리 힘든 척해도

얼마나 힘든지 아무도 모를 텐데...

(M3 : 바닐라 어쿠스틱 - 나 요즘 [03:16])

사연자 : 시험처럼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사람마다 하는 행동들이 있잖아요?

고민하고 걱정할 수도 있고,

평소랑 같은 날이라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할 수도 있고,

들뜬 분위기를 조성해서 괜히 긴장감을 풀 수도 있죠.

(쉬고) 겉으로 보이기엔 안 그런거 같지만,

솔직히 저는 고민하고 걱정하는 타입이에요.

공부해야 할 분량을 정하고,

그 분량을 못하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싶고,

제 자신이 한심해보이기도 하죠.

M3↗

사연자 : 그런데 “공부 하나도 못했어. 어떻게 하지?”,

“공부하느라 힘들어.”, “공부하기 싫어.”같은 말.

하면 뭐가 달라지죠?

그런 말. 누가 위로해 주길 바라는 거 아닌가요?

(단호하게) 세상에 저를 위로해 줄 사람 없어요!

다른 사람에게 기대고 싶지도 않고요!

누군가에게 기댄다는 건

여려지고, 차츰 약해지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느 순간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많이 힘들 거예요.

그렇게 나약한 존재는 되고 싶지 않네요.

(M4 : 멜로망스 - 짙어져 [04:38])

사연자 : 솔직히 시험기간 때만

애써 밝은 척 괜찮은 척 하는 거 아니예요.

평상시도 힘들지만,

내가 괜찮아야, 주변사람들도 괜찮으니까.

그렇게 일부러 웃으려고 하고,

친절하게 대하려고 하고,

괜히 뭐라도 더 해주려하죠.

이렇게 하면, 그래도 나중에 더 낫지 않을까요?

침울해 있는 것보다

웃는 게 더 예쁘고 좋잖아요.

제가 노력한 만큼

저를 좋은 사람으로 봐주진 않을까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는 없지만,

그냥 좋은 사람이 되고 싶네요.

(M5 : 헤이즈 - jenga [03:30])

아나운서 : 시험기간에

애써 밝은 모습을 했던 학우였네요.

(쉬고) 그쵸.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특히 시험 같은 경우는

학점이 나를 표현하게 될까봐 무섭고,

어느 순간 학점이 내가 될까봐 걱정되는 거죠.

그래서 어느 누구나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는 거겠죠?

M5↗

아나운서 : 원하는 대로 일이 안 풀릴 때,

원하지 않는 사람과 일을 할 때 등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은 많아요.

그럴 때마다 애써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할 수 있죠.

누군가에게 나의 힘듦을 이야기하지 않고,

내가 어떤 기분인지 이야기하지 않으면서요.

(쉬고) 그럼 ‘내가 괜찮구나’,

‘아무렇지 않구나’라는 착각도 들거든요.

(S2 : 헤이즈 -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03:45])

아나운서 : 그러나 착각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습니다.

‘힘들다.’고 느꼈을 때,

그 때부터 어둠의 시작이죠.

딱히 힘들 지도 않은데,

“힘들다.”라는 말을 습관처럼 할 지도 모르고,

나중에는 “내가 왜 이렇게까지 힘들어야 하지?”

라는 생각과 함께 우울해집니다.

S2↗

아나운서 : 그럴 때 가장 힘이 되는 건

‘친구’입니다!

내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응원해주고,

항상 내 곁에 있어줄 친구.

애써 괜찮은 척하면 그것마저도 알아차려주고,

즐거운 일도 슬픈 일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친구요.

‘내가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내가 생각보다 마음이 아프다고 이야기하면

걱정하지는 않을까?’

고민이 들 수 있어요.

그런데 그런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게

진정한 친구 아닐까요?

S2↗

아나운서 : 지금까지 여러분의 고민을

마음 편히 말할 수 있는 공간,

지금까지 대나무 숲이었습니다.

(쉬고) 다음 주 시험 잘치고,

다다음 주 수요일에 대나무숲으로 놀러와요~

그럼 그때까지, 사연자처럼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좋은 성적 거두시길 바랄게요!

안녕!

S2↗

김나현 실무국장  cubrad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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