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 최재우 / 아나 : 이인영, 조해영 / 기술 : 최재우

(S1 : Chad Valley – Shell Suite[4:22])

A : 연극, 난쟁이들에서는 이런 말이 있어요.

사는 게 재미없니? 사랑 못해 초라하니?

누군가 왜 사냐고 묻거든

죽지 못해 산다고 대답하니?

사랑하고 싶어서 밤새도록 울어도

누군가 ‘사랑한다.’ 고백하면

상처받을까 두려워 도망가니?

괜찮아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여기 있잖아.

그럴 땐 아이처럼 동화책을 펼쳐봐.

멋있는 왕자 공주가 나오는 동화나라 이야기

(잠시 쉬고) 당신과 함께 웃고 울어줄

무대 속으로 우리 같이 갈래요?

(M1 : 프라이머리 – 마네퀸[3:53])

A : 우리 이혼하자.

B : (전화를 받고 있던) 네. 네. 아, 잠시만요.

급한 일이 생겨서, 나중에 다시 걸게요.(쉬고)

너 남자 생겼니?

A : 아니 그런 거 없는 거 알잖아.

B : 그럼 왜 그러는데?

A : 그냥 너랑 같이 밥 먹기 싫어졌어.

그래서 오늘부터 안 하기로 했어.

당신 밥해주는 일.

B : 잘됐네.(쉬고) 실은 내가 먼저 말하고 싶었어.

연애 1년도 길었는데, 결혼 6년은 더 힘들더라.(쉬고)

그래 하자. 이혼.

(혼잣말로) 하면 되지 이혼.

(M2 : 프라이머리 – 아끼지 마[3:26])

B : 그 사람 언제나 늘 여기 있었어요.

매일 내 옆에서 웃고 울고 떠들었어요.

근데요, 거의 기억이 안 나요.

계속 같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왜 웃고, 왜 슬퍼했는지

거의 기억이 없어요.

난 그 사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어요.

도대체 꿈이 뭔지도 모르겠고,

뭐만 하면 알았어, 알겠어.

자기 생각은 하나도 안 하는 그런 여자예요. 그 애.

이번에 열린 개인전, 완전히 망했죠.

그때 문득 떠오르더라고요.

삶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요.

이제 제 사진 속에, 추억 속에,

그녀가 없어졌으면 좋겠더라고요.

(M3 : 프라이머리 – 입장 정리[4:22])

A : 나도 태어날 때부터 여배우였다면

좋았겠다 생각했어요.

예쁘기만 한 여배우가 아닌 멋진 여배우.

모두에게 사랑받고, 이쁨받고 주목받는 여배우요.

사람은 누군가 봐주지 않으면 죽어요.

남편한테 바란 건 그것뿐이었는데,

마음마저 죽기 전에 좀 더 잘해달란 거.

아무한테도 상처 주지 않고

또 자신도 상처받지 않고

어른이 된다는 건 큰 오산이었는데.

사람은 누구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잖아요.

끊임없이 교감을 원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때론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더라도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상대를 사랑하고 배려한다면요.

그러니까 있을 때 잘하라는 말.

정말 중요한 말인 것 같아요.

(M4 : 프라이머리 – 축하해[3:51])

B : 밤늦게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 들어왔을 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데, 곁에 아무도 없을 때,

그때 깨달았어요.

난 이 정도밖에 안되는 놈이구나

꿈도 없구나. 꾸지도 못했구나.

삶에 잡아먹혔구나. 그렇게 사랑도 잃었구나.

(쉬고) 못되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있겠죠.

근데 진짜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쓴맛 나게 못된 사람은

이 세상에 없거든요?

사람, 원래 그래요.

유치하기로는 한도 끝도 없어서,

상대방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 시작하면

약점, 비밀? 그런거 피해주기는커녕

옳다구나 잡고 늘어져요.

그래서 왜 싸웠는가는 다 잊어먹고,

상대를 어떻게 하면 정말 아프게 할까.

어떻게 할퀴어야 악 소리 날까.

그것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저 진짜 유치하죠?

(M5 : 프라이머리 – Bawling[4:03])

A : 연극 ‘안녕, 여름’(쉬고)

부부의 일상은 얼핏 보면 평범해 보입니다.

아내는 몸에 좋다는 차를 끓이고,

기사를 스크랩하고, 느지막이 일어난 남편에게

건강 생각도 좀 하라며 잔소리를 합니다.

남편은 차가 맛이 없다며 투덜댔고,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말에

‘내 밥은’이라며 철없는 소리를 늘어놓고,

같이 여행을 가자는 말에도 심드렁합니다.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익숙한 풍경과 대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왠지, 두 사람의 관계가

위태로워 보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결국 아내는 이혼을 말하고,

“우린 이미 끝났던 거야.”라는 그녀의 한 마디로

부부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아내 여름이 남편 태민을

떠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관심에 지쳐서?

집으로 여자를 불러들여서?

유명 사진작가였던 그가 1년 가까이

반백수로 살고 있기 때문에?

이것들은 모두 정답이 되지 않아요.

정답은 아내 여름의

“다시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싫어.

지나간 시간을 다시 살 수도 없잖아.”라는

말에 잠들어 있으니 함께 찾아보도록 해요.

(M6 : 최자, 프라이머리 – 달라[3:16])

B : 그 밖에도 연극 안녕, 여름 안에는

다섯 가지 빛깔의 사랑이 담겨있어요.

태민과 여름 부부를 중심으로

그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세 사람,

동욱, 란, 조지의 이야기로

연극은 가지를 뻗어갑니다.

배우를 꿈꾸는 란은 늘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인물로,

남자도 연애도 쉽기만 합니다.

태민의 후배인 동욱은 소심하고 어리숙한

모태솔로이지만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란에게 다가섭니다.

또 태민을 보듬어주는 게이 조지도 등장하고요.

이들은 모두 각기 다른 사랑의 방식을 보여주니

지루할 틈이 없겠죠?

(S2 : Broken Bells – October[3:40])

A : 연극, ‘안녕, 여름’은

드라마 워터보이즈, 연극 뷰티풀 선데이로 유명한

일본의 유명 극작가 나카타미 마유미의 작품이에요.

나카타미 마유미는 이 작품과 관련해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가능한 뒤로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소중함을 잊고 지냈던 관계들이 사실은

우리 일상을 지탱하고 있었음을,

그 관계가 끝났을 때 흔들리고 무너져 내리는

일상을 통해 인연의 소중함을

연극, 안녕, 여름을 통해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최재우 실무부국장  diligentjw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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