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 최재우 / 아나 : 이인영 / 기술 : 최재우

아나운서 : (부드러운 목소리로) 오늘의 초조함,

오늘의 고민은 내일로 가져가는 게 아니래요.

감정은 붙들고 가져갈수록 늘어나니까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오늘 일은

오늘 끝내는 걸로 해요.

청춘인데 마음 좀 편히 쉬자고요.

살아남기만도 벅찬 시대라고 해요.

각자가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하구요.

하지만 누구도 길을 알려주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는 지금이야말로

‘당신’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나와 세상에 대해 묻고, 고민하고,

손 내미는 그런 당신 말이에요.

(잠시 쉬고) 그럼 당신이 우리의 손, 잡아 줄래요?

(M1 : 신보라 - 미스매치[3:47])

아나운서 : 여기 우리들의 사연이에요.

오늘의 여우사이는 ‘대학생 3명 중 2명,

전공과 무관한 고시 공부’입니다.

대학생 : 모기가 또 위잉거리며 귓가를 맴돈다.

밀가루 반죽처럼 축 쳐져 있던 나는 몸을 일으켰다.

엉덩이에 깔린 스프링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튀어오를 준비를 했다.

스프링과 함께 먼지들이 날렸다.

부웅하고 솟아오르는 먼지들을 피해 모기는

내 얼굴로 달려들었다.

나는 애써 모기를 외면한 채,

의자에 엉덩이를 걸쳤다.

밤새, 의자가 더 작아졌다.

기분 탓인가 싶기도 하다.

시험이 얼마 안 남았으니 예민해진 것일 수도.

한 마리의 모기가 또 스윽 내 팔에 앉았다.

죽여 버리고 싶다는 충동으로 모기에게 뺨을 갈겼다.

손에 닿아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진 건

모기가 아닌 형광등이었다. 망했다.

깨진 형광등을 집어 들고 방문을 열었다.

몸을 한 움큼 구부려야 다닐 만한 통로 맞은편에

똑같은 방문이 하나 더 있었다.

(M2 : 백지영 - 미워요[4:41])

대학생 : 저 방의 주인에 대해 아는 거라곤

올해 나와 같이 임용 고시 시험을 봤다는 것과

나와 달리 그는 합격했다는 것뿐이었다.

그의 흔적은 어디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전봇대마다, 학원의 창문마다,

이곳 고시원 입구에도 ‘202호 임용 고시 패스!’따위의

자랑 같은 하찮은 홍보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잠시 쉬고) 덜컥 하고 맞은편 문이 열렸다.

앞방의 주인님이 나왔다.

그의 손에는 책이 가득 든 커다란 박스가 들려있었다.

그는 내게 미소를 건네고는 나를 지나쳐갔다.

나는 고개를 내밀어 그의 뒤태를 훑었다.

(잠시 쉬고) 저리도 멋있었던가. 재수 없게.

총무는 형광등 수리비로 3만 원이나 뜯어갔다.

분명 오늘 총무는 새벽에 카운터에서

치킨을 시켜먹겠지. 그것도 브랜드 치킨으로.

(M3 : 서인영 – 사랑했다치자[3:40])

대학생 : 듬성듬성 심어진 전봇대에

내 이름 석 자를 눈으로 박아 봤다.

되돌아오는 건 철근을 박아 놓은 기둥뿐이었다.

돈이 필요했고 안정적인 직업을 원했다.

그렇게 임용 고시를 준비하겠다고 한 지

오 년이 어느새 지나가버렸다.

처음에 부모님은 웃었다.

하지만 고시원에 박혀 사는 동안

부모님의 웃음은 폐기 처분되었다.

전화를 걸면 전자파가 바늘을 껴안고

귓구멍으로 돌진했다.

위안을 받는 거라곤 그나마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그래도 임용 고시를 준비한다고 하면

대부분은 그래도 똑똑한 사람마냥 나를 바라봤다.

그러한 시선들이 연민으로 변한 건 종이의

앞장과 뒷장 사이의 경계만큼이나 짧은 순간이었다.

(M4 : 허각, 정인 – 동네술집[4:27])

대학생 : 어떻게든 해야 했다. 몇 년이 더 걸리더라도.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월 30만 원이라는 지분을 공급받아야 했다.

수신 벨이 내 귀에 대고 맘껏 혀를 차는 것 같았다.

(잠시 쉬고) “엄니. 나예요.”

엄마 : “알았다.”

즐겨찾기에 추가해야 할 정도로 귀에 익은 소리로

엄마는 내 귀에다 칼을 쑤셨다.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목소리가 바뀌었다.

사촌동생 : “형! 형! 형이 보는 시험 대단한 거야?”

대학생 : 사촌동생의 목소리였다.

사촌동생이 왜 이 시간에

부모님 댁에 있는지 짐작했다.

직감이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늘 무슨 날인 듯했다.

사촌동생 : “형! 왜 대답이 없어.

형은 훌륭한 사람이 되는 시험을 보고 있냐고.”

대학생 : 마치 조카가 정신 차리라는 소리 같았다.

나는 그냥 전화를 끊었다.

(M5 : 크루셜스타 – 막내 아들[4:16])

대학생 : 다시 들어온 방에 나는 형광등을 내려놓았다.

문득 커다란 거울을 의자로 깨 부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모기가 시야에서 헤엄을 쳤다.

가장 먼저 상대해야 할 목표물이 바뀌었다.

고개를 돌려 내려칠 만한 물건이 있는지 살폈다.

거울로 내리칠 생각으로 몸을 돌려 거울을 바라봤다.

순간 움찔했다. 거울에 비친 나의 형상이 보였다.

이런 모습을 닮고 싶지 않았다. 정말로.

내가 생각했던 모습은 이런 게 아니었단 말이다.

나는 이제 움직일 수 없었다.

(잠시 쉬고) 정말이지, (잠시 쉬고) 아무것도.

(M6 : Andup - 기시감[3:38])

아나운서 : 2017년 2월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17년, 취업 준비생은 69만 2천 명으로

1년 전보다 8만 3천 명 늘었다고 합니다.

이는 다시 말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자격증 학원에 다니거나 고시 공부를 하는

취업 준비생이 역대 최다인 70만 명에

육박한다는 뜻입니다.

최근 발표된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에는

4천 910명 선발에 역대 최대인

22만 8천368명이 몰려

46.5대 1의 경쟁률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불합격 통보를 받게 된다면,

아무런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대학생의 3명 중 2명은

지금도 합격하기 위해서 공부 중이라고 합니다.

(S2 : 이승철 - 아마추어[3:24])

아나운서 : 다카하시 아유무의 패밀리 집시에는

“평상시엔 되는대로 갈팡질팡해도 얼마든지 괜찮다.

다만 이것을 하겠다고 스스로 정한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하냐’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철저하게 해내자. 할 때는 하자, 죽을 각오로 하자.

이런 사람에게는 기회가 무한히 찾아오니까.”라는

말이 있습니다. 실패를 해도 좋습니다.

한 번의 실패를 겪고, 마음을 추스르고, 자신감을

다잡고,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준비를 하세요.

그리고 다시 한 번 도전을 해보세요.

만약 그래도 성공하지 못한다면,

이번에는 죽기 직전까지 준비해보세요.

그렇다면 언젠가는 당신에게 다가올 거예요.

그게 무엇이든지.

(잠시 쉬고) 포기하지 않는

창원대 학우분들이 되길 바라며

오늘의 여우사이 줄이겠습니다.

 

 

 

최재우 실무부국장  diligentjw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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