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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10주차2019년 5월 9일 목요일 저녁 방송

제작 : 김나율 / 아나운서 : 권민규,우인화 / 기술 : 김나율

(S1 : Citizens! - True Romance [4:03])

A: 대학이라는 새로운 레일 위에서

스무 살이라는 출발선에 서 있는 나.

내 이름은 김민지.

이제 대학 입학하는 새내기다.

내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스무 살

그리고 나의 새내기 시절을

나는 지금 이 일기장에 기록해보려 한다.

언젠가 이 일기를 보면서

그때를 기억하고 미소 짓길 바라며,

오늘의 일기.

2019년 5월 9일, 날씨 ○○

족보는 나의 것.

(M1 : 치즈 - Madeleine Love [03:38])

A: 도서관에서 잘 들리지도 않는 녹음본을

꾸역꾸역 듣고 있는데,

갑자기 진동이 울렸다.

재희 선배의 문자였다.

B: “민지! 오늘 저녁 뭐 먹을래?”

A: 아 미친, 맞다.

오늘 재희 선배랑 저녁 약속이 있었다.

이걸 까먹다니 내가 진짜 미쳤나 보다.

아무리 생각해도 배가 고파서

집중이 안 되는 것 같다.

일단 선배랑 만나서 배부터 채워야겠다.

A: 나는 언제 공부하려 했냐는 듯

재희 선배의 문자를 보자마자

미련 없이 책을 덮었다.

내가 생각해도 조금 양심 찔렸다.

도서관에 들어온 지 30분 되자마자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가 고픈 채로 공부하다가는

제대로 공부에 집중할 수 없고,

학습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어딘가에서 본 것 같다.

아~ 쓸데없이 이런 건 기억 잘한단 말이야.

그리고 혹여나 배가 꼬르륵 데면

주변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라고 혼자서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나는 열람실을 가벼운 발걸음으로 빠져나갔다.

(M2 : F(x) - Love Hate [03:10])

B: “1층 로비에서 기다릴게.”

A: 선배의 문자를 보고 로비로 내려갔는데

시험 기간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선배를 찾기 위해 사람들 사이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데,

B: “민지야!”

A: “깜짝아! 선배 언제 왔어요?”

B: “나도 방금 막 왔어.”

A: “어? 오늘 안경 꼈네요?”

B: “아, 그게 시험 기간이라..”

A: 어쩜 안경을 껴도 잘생김이 가려지지가 않네.

김민석이 안경 끼면 진짜 못 생겨지는데.

B: “나 오늘 좀 초췌하지?”

A: 아니요. 얼굴에서 빛이 나는데요.

B: “우리 뭐 먹을까?”

A: “아무거나요!”

B: “그건 제일 어려운 말인데..”

A: “그냥 선배 먹고 싶은 걸로 먹어요.”

B: “그러면 고기 먹을까?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가란 소리가 있잖아.”

A: “선배 오늘 저기압이에요?”

B: “오늘 밤새서 시험 쳐서 그런지 저기압이네.”

A: “(깜짝 놀라며) 밤을 샜다고요?

B: “응. 너도 요새 시험기간이라 힘들지?”

A: 아니요. 저는 딱히 힘든 건 없는데요.

왜냐하면 공부한 적이 없으니까요.

(M3 : Meghan Trainor - All About That Bass [03:09])

A: “그래서 오늘 시험 잘 쳤어요?”

B: “음, 일단 모르는 문제는 없었어.”

A: “헐. 완전 잘 쳤나 보네요.”

B: “에이, 그 정돈 아니고.

운 좋게 어제 밤 새면서 봤던 내용이 나왔더라고.”

A: “와, 어떻게 밤을 새요?

B: “공부 안하고 계속 미루다가 샜어.”

A: “저는 고삼때도 밤 샌 적 없는데..”

B: “너도 나처럼 미루다가 진짜 고생한다?”

A: 어떡하지. 나도 당장 내일 모레 시험 시작 인데,

제대로 공부한 게 한 과목도 없다.

선배의 겁주는 듯한 말에 마음은 초조해졌지만

몸은 눈 앞에 고기를 열심히 먹을 뿐이였다.

B: “너는 어떻게. 공부 좀 잘 되가?”

A: “아니요.. 저 공부 하나도 안 했어요.”

B: “에이, 꼭 그렇게 말 한 애들이

뒤에서 공부 엄청 열심히 하더라?”

A: 나도 차라리 저 말이 사실이었으면 좋겠다.

문제는 진짜 안 했다는 거다.

B: “뭐야, 진짜 하나도 안 했어?”

A: “네.. 오죽하면 영민이도 저는 견제 안된대요.”

B: “그래도 1학년때가 학점 따기 제일 쉬운데..”

A: “선배 대학교 공부는 어떻게 준비 해야해요?”

B: “딱히 별거 없는데.. 수업만 잘 들으면 돼!”

A: “네? 그게 제일 어렵던데요.

내가 벌써 자체휴강만 몇 번을 했지..”

B: “으음.. 그러면 책이라도 달달 외워!”

A: 수능 만점자가 ‘교과서만 봤어요.’ 하는 것처럼

재희 선배는 여유롭게 이야기 했지만

나는 그 두 개가 제일 어려울 뿐이였다.

(M4 : Taylor Swift - Shake It Off [03:40])

A: 선배는 한숨 쉬는 나를 보더니

B: “(당황하듯이) 에, 에이 1학년은 좀 놀아도 돼!”

A: 하고 어줍짢은 위로를 해줬다.

B: “너 무슨 수업 듣는데?”

A: “전공은 경영경제학이랑 경영학원론이요.”

B: “아, 아쉽지만 전공은 못 도와주겠다.

저번에 족보 때문에 학과가 한 바탕 난리났거든.”

A: “(놀라듯이) 족보요!?”

예상치도 못한 족보 이야기에

나는 갑자기 흥분되기 시작했다.

B: “너 교양은 뭐 듣는데?”

A: “영배철이요!! 영화로 배우는 철학!”

B: “아, 나 그거~”

A: 제발, 제발, 제발 있어라. 제발!

B: “족보 있는데! 잘 됐다! 너 줄게.”

A: 됐다! 한 과목 해결 완료다.

A: “와! 선배 진짜 진짜 감사해요!”

B: “이게 이렇게까지 고마워 할 일인가?”

A: “사실 저 이거 김민석이랑 내기 했거든요!”

B: “내기? 민석이랑? 뭔 내기인데?”

A: “어.. 그게.”

A: 그러게? 김민석이랑 나랑 둘 다

자존심만 내세우고 무턱대고 내기를 제안했다가

아무것도 걸지 않은 채로 내기를 시작했다.

B: “너가 이기면 치킨 사달라 해!”

A: “에이, 그런 걸로 끝나면 안되죠.”

B: “와, 무섭네. 근데 족보를 너무 믿으면 안돼.

문제는 매년 다르게 나오거든.”

A: “넵! 알겠습니다~”

B: “에휴, 족보 생겼다고 바로 기운 차리네.”

A: 이때 선배의 충고를 제대로 들었어야 했다.

(M5 : Lizzo - Juice [03:16])

A: 족보도 받았겠다, 이때까지 도움도 많이 받았겠다,

이번엔 진짜 내가 계산하려고 했는데

재희 선배는 기를 쓰고 자신이 저녁을 계산했다.

역시 재희 선배는 치인트 유정임이 틀림 없다.

덕분에 나는 밥도 얻어먹고 족보도 받은 채

아까보다 훨신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숙사에 갔다.

그런데 저 멀리서 낯 익은 얼굴이 보였다.

B: “어?”

A: “어?”

B: “야, 돼지.”

A: “(시큰둥하게) 뭐요.”

B: “공부 안하고 어딜 싸돌아 댕기냐?

내기 잊은 건 아니제?“

A: “공부? 아~ 영배철?”

B: “(황당하듯이) 와, 미친. 진짜 별 걸 다 줄이네.”

A: “영배철을 누가 공부하는데?”

B: “얼씨구, 이거 자신감 봐라?”

A: “원래 그런 건 다 본인 실력대로 하는거다~”

A: 내 말에 김민석은 하!하고 웃어 보이더니,

B: “야 잠깐만, 이거 뭔가 이상한데?”

A: 갑자기 정색하면서 물어보는 김민석에

나는 한껏 당황했다.

B: “야, 니 좀 이상하다?”

A: “아니 뭐가.”

B: “좀 이상하리만큼 자신감 넘치는데?”

A: “그럴 수도 있지.”

B: “야. 니 족보 있냐?”

A: 미친, 눈치 더럽게 빠른 놈.

순간 소름끼쳐서 하마터면 티 날 뻔 했다.

A: “엥. 니가 이 수업 족보 같은 거 없다매?”

A: 그러곤, 나는 급하게 기숙사 안으로 도망쳤다.

(S2 : NCT U - Radio Romance [03:39])

A: 나는 방문을 열자마자 침대에 풀썩 누웠다.

배도 부르겠다 누우니까 눈이 절로 감겼다.

족보 하나 얻었다고 이렇게 마음이 편해지다니,

친오빠한테 거짓말 친 건 미안하지만

어쨌든 승부는 승부니까!

그리고 선배한테 족보란 것도 받아보고

휴, 역시 인싸의 삶이란.

일단 한숨 자고 시작할까?

오늘의 일기 끝!

김나율 수습국원  cubrad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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