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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9주차2019년 5월 2일 목요일 저녁방송

제작 : 김나율 / 아나운서 : 권민규,우인화 / 기술 : 김나율

(S1 : Citizens! - True Romance [4:03])

A: 대학이라는 새로운 레일 위에서

스무 살이라는 출발선에 서 있는 나.

내 이름은 김민지.

이제 대학 입학하는 새내기다.

내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스무 살

그리고 나의 새내기 시절을

나는 지금 이 일기장에 기록해보려 한다.

언젠가 이 일기를 보면서

그때를 기억하고 미소 짓길 바라며,

오늘의 일기.

2019년 5월 2일, 날씨 ○○

대학교에 와서도 벼락치기를 할 줄이야.

(M1 : 그루비룸 – 어디쯤에 [03:29])

A: 엠티를 마무리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 아침.

다들 어제의 텐션은 어디가고,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B: “아.. 머리 아파.”

A: 특히 어젯밤에 술에 떡이 됐던 서영민이

꽤나 힘들어 보였다.

B: “야.. 김민지.”

A: “쯧쯧. 술도 못 마시는 게 무리해서는.”

B: “아 진짜 죽을 것 같다. 나 몇 시에 잤냐?”

A: “야. 니가 어제 안 잔다고 땡깡 부려서

해 뜨고 나서 겨우겨우 잤다이가.”

B: “뭐? 해 뜨고 나서 잤다고?”

A: “어. 진짜 한 대 때리고 싶은 거 참았다.”

B: “와, 미쳤다.. 나 하나도 기억 안나.”

A: 서영민의 기억은 밤 12시까지라고 한다.

자기가 술에 빨리 취해서 먼저 잠든 줄 알았다고.

B: “미친, 나 새벽의 기억이 없다니까.”

A: “참나. 새벽에 그 난리를 쳐놓고.”

B: “그 난리? 내가 뭔 난리를 쳤는데?”

A: “(빈정대며) 모르겠네요~”

B: “아 제발, 뭔데? 나 혹시 뭐 실수했어?”

A: “대형사고 하나 쳤지.”

A: 내말에 영민이는 눈이 휘둥그레 하더니,

B: “뭐!? 진짜?”

A: 하고는 안절부절 못했다.

개총 다음 날에 기억을 잃은 나를 놀릴 때

서영민은 아마 이런 기분이었나 보다.

(M2 : Cardi B, Bruno Mars – Please Me [03:21])

A: 영민이에게 전 날에 술 먹고 난리치다가

술병을 넘어뜨려서 다 깨뜨린 이야기,

토죽을 몇 번이나 만들었다는 이야기,

재우려하니까 안 잘 거라고 억지 부렸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B: “아 잠깐만, 술 얘기 하니까 토할 것 같애..”

A: 하고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나도 슬슬 집으로 가기 위해

빠진 건 없는지 짐을 확인하고 있는데,

어제 내 위에 덮어져 있었던 과잠이 눈에 보였다.

팔에 있는 이니셜이.. HJH(에이치제이에이치)

역시, 재희 선배 거였다.

B: “속은 괜찮아?”

A: 타이밍 좋게 재희 선배랑 만났다.

B: “아, 어제 너 바들바들 떨면서 자길래..”

A: “매번 도움만 받아서 미안해요.”

B: “에이, 야! 이게 뭐라고.

내가 멘토인데 이 정도는 해야지~“

A: 나는 뭔가 민망해서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고

그렇게 아주 짧은 정적이 흘렀다.

B: “다음 주에 밥 먹을까?”

A: “음, 저는 좋아요!”

B: “근데 다음 주에 시험인데 괜찮아?”

A: “네?”

A: 뭐? 시험이라고?

(M3 : 블랙핑크 – Kick It [03:12])

A: 다음 주가 시험이라니, 진짜 몰랐다.

아니 근데 나는 들은 게 하나도 없는데.

여기서 들은 게 없다는 말은,

시험 날짜에 관해서 들은 것도 없고,

수업 시간에 들은 것도 없다는 것이다.

망했다. 잔다고 수업 제대로 들은 거 하나도 없는데.

B: “야 돼지!”

A: “아씨, 노크해라했제!”

B: “야야 영화로 배우는 철학 시험 언젠데?”

A: “나도 모르는데?”

B: “아씨, 야 수업 안 듣고 뭐했냐?”

A: “야, 나 엠티 가느라 수업 안 갔거든!”

B: “아 나도 안 갔단 말이야.”

A: 하여튼 친오빠라는 사람은 도움이 된 적이 없다.

A: “니는 왜 안 갔는데?”

B: “아, 그냥 뭐 이런저런~ 바빠서 안 갔지.”

A: “바쁘긴 개뿔. 술 먹고 자다가 안 갔겠지.”

B: “(짜증내며) 아 그걸 알면 니라도 갔어야지.”

A: “아 엠티 갔다니까 그러네. 진짜.”

B: “아씨, 망했다. 나 수업 때 맨날 잤는데.”

A: “오빠야, 이거 족보 같은 거 없나?”

B: “야, 그런 게 있었으면 내가 재수강이겠냐?”

A: “니는 그런 거 있어도 재수강이잖아.”

B: “와, 이게 선배를 완전 물로 보네.”

A: 김민석은 무시하는 듯한 내 말에 발끈하더니

B: “야, 이번 중간고사로 내기해.”

A: “안 할 줄 알고?”

B: “콜?”

A: “콜!”

B: “콜!”

A: 이번 시험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M4 : Taylor Swift – 22 [03:53])

A: 다음 날 교양 수업에서 김민석을 만났는데

저 오빠가 진짜 작정을 했는가,

아는 체도 안한다.

B: “저번 주에 엠티 주라서 많은 학생들이 빠졌죠?

시험에 대해 다시 한 번 공지하자면

다음 주 목요일에 이 강의실에서 치는 겁니다.”

A: 다행히도 교수님이 시험에 대해서

다시 공지를 해주셨다.

역시, 수업은 별로지만 교수님은 친절해서 좋다.

B: “그리고 시험 치는 날 자필 과제 5매

제출이니까 잊지 마세요~”

A: 방금 했던 말 취소다.

A: 갑작스런 교수님의 과제 선언에

강의실은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B: “교수님, 과제라니요..?”

A: 김민석 저것도 많이 당황했는지

번쩍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돌아오는 교수님의 대답은

다음 주가 시험인 건 알지만

과제는 과제라는 맥 빠지는 소리였다.

게다가 워드 5매도 힘든데, 자필 5매라니.

교수님이 우릴 괴롭히려고 작정한 게 틀림없다.

수업이 끝나고 김민석은 조용히 내 옆으로 오더니,

B: “야.. 내기 그냥 없던 걸로 할까?”

A: 그냥 없던 걸로 하자 할 껄,

아까 아는 체도 안하던 김민석이 괘씸해서

A: “왜, 질 것 같냐?”

A: 라고 도발을 해버렸다.

(M5 : 하성운 – Bird [03:23])

A: 내 도발에 김민석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B: “미친, 이거 니한테 불리한 싸움이라

그냥 없던 걸로 할라했더니.”

A: “하나도 안 불리한데?”

B: “야, 나는 이거 재수강이거든.”

A: “얼씨구, 자랑이냐?”

B: “그래도 같은 수업을 두 번이나 듣는데,

니보다는 시험에 대해서 잘 알지.”

A: 듣고 보니 뭔가 그럴 듯한 말이었다.

내가 살짝 당황한 티를 내자

B: “응, 늦었어. 번복 안 해. 두고 봐라.”

A: 하고는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위기의식을 느낀 나는 곧바로 도서관으로 갔다.

A: 그래. 수업 시간에 맨날 잤지만

그런 나를 잘 알기 때문에

매 수업마다 녹음을 해놨지.

녹음본을 들으면서 노트 정리를 하려고

휴대폰을 켰는데, 녹음본이 하도 많아서

뭐가 영화로 배우는 철학인지 찾을 수 없었다.

겨우겨우 하나 찾아서 듣는데,

몇 차시 수업인지도 알 수 없고,

교수님 목소리도 잘 안 들리고,

내가 립밤 바르는 소리만 선명히 날 뿐이었다.

아, 진짜 수업 좀 제대로 들을 걸.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다.

시험은 다음 주였고,

자그마치 6개의 시험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S2 : NCT U – Radio Romance [03:39])

A: 그렇게 잘 들리지도 않는 녹음본을

꾸역꾸역 듣고 있는데,

갑자기 진동이 울렸다.

재희 선배의 문자였다.

B: “민지! 오늘 저녁 뭐 먹을래?”

A: 아 미친, 맞다.

오늘 재희 선배랑 저녁 약속이 있었다.

이걸 까먹다니 내가 진짜 미쳤나보다.

아무리 생각해도 배가 고파서

집중이 안 되는 것 같다.

일단 선배랑 만나서 배부터 채워야겠다.

오늘의 일기 끝.

김나율 수습국원  cubrad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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