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작 : 최재우 / 아나 : 이인영, 조해영 / 기술 : 최재우

S1 : Chad Valley – Shell Suite[4:22])

A : 연극, 난쟁이들에서는 이런 말이 있어요.

사는 게 재미없니? 사랑 못해 초라하니?

누군가 왜 사냐고 묻거든

죽지 못해 산다고 대답하니?

사랑하고 싶어서 밤새도록 울어도

누군가 ‘사랑한다.’ 고백하면

상처받을까 두려워 도망가니?

괜찮아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여기 있잖아.

그럴 땐 아이처럼 동화책을 펼쳐봐.

멋있는 왕자 공주가 나오는 동화나라 이야기

(잠시 쉬고) 당신과 함께 웃고 울어줄

무대 속으로 우리 같이 갈래요?

(M1 : 모차르트 - Lacrimosa dies illa[2:40])

박형사 : 이게 일차 사건 현장입니다만

당시는 그저 단순 살인사건으로 생각한데다가

피해자가 71살 된 할머니였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수사를 벌이지 않았습니다.

이게 2차 사건 현장입니다.

피해자는 김인숙, 25세, 전라로 농수로

안에 버려져있었지요.

3차 이형숙은 대단한 미인이었는데, 아까워요.

남자관계가 복잡했고 맞선보고 귀가하다가

논둑(뚝) 에서 당했죠. 끔찍하게.

4차 강정미는 이태리제과 종원업이었는데

키가 큰 미인이죠.

이제는 도를 넘어 시체도 못 알아보게 해놨더라고요.

(M2 : 모차르트 – Requiem aeterna[5:02])

박형사 : 이건 아시다시피 며칠 전 일어난

박은숙 사건 현장.

남편이 레미콘 회사에 다니데요.

마중 나갈 때 섰던 우산.

이건 남편 주려고 들고 갔던 우산.

그날 비가 그렇게 억수로 쏟아졌는데

언제 올지도 모르는 남편 마중 나간 거 보면

참 좋은 여잔 거 같지요?

김형사 : 아직 확신은 없습니다만,

범인은 여자와 정상적인 성관계가

잘 되지 않는 자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사춘기 때 어떤 충격을 받았거나

특히 가정적인 문제로 받은 충격이 클 때

정신적으로 일어나는 증세죠.

그러나 정신 장애가 곧바로 성범죄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그 최소한 4-5년, 길게는 십 년 이상

내부에서 성장하게 되는 거죠.

혼자서 공상도 하고 여러 형태의 실습도 거치고 해서

밖으로 터져 나오게 됩니다.

김반장 : 그래서 범인이 누군데?

(M3 : 모차르트 - Agnus Dei[3:02])

김형사 : 그래서 범인의 나이는 열아홉에서

스물다섯 사이라고 봅니다.

이 나이가 지나서 갑자기 이런 문제가 생기지는 않죠.

그리고 군대를 아직 안 갔거나 갔더라도

도중에 부적격자로 제대한 자일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놈들은 보통 밤에 잠을 잘 못 자죠.

환상에 시달리고 그래서 살이 찌지 않습니다.

얼굴도 깡마르고 핏기가 없죠.

사춘기부터 정신적으로 시달려 왔기 때문에

신체발육도 좋지 않습니다.

등이 굽고 허리가 구부정해지기가 쉽죠.

현장 뒤처리를 하는 솜씨로 봐서

지능지수가 높은 놈입니다.

아이큐 120 이상 고졸자라고 봅니다.

바로 이놈!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분명히 범인인데, 이건 진짜 내 직감이 그렇게 말해.

그런데 잡아둘 방법이 없어요.

박형사 : 진짜 미치겠어요. 패 죽일 수도 없고,

김반장 : (쉬고) 이놈은 안 돼. 풀어줘야 할 것 같아.

조형사 : 그 난리를 쳤는데 이제 와서 풀어줘요?

김반장 : 검찰은 확실한 물증이 없으면

안 된다는 입장이고, 또 이놈이 우리한테

고문당한다고 기자한테, 검사한테 찔렀다나.

박형사 : 잡으면 뭘 하나, 맨날 이렇게 풀어 줄 거면.

김반장 : 다 내가 무능해서 그렇지, 뭐.

(M4 : 모차르트 – Kyrie eleison[3:03])

박형사 : 젠장, 십오 년 형사 생활에 남은 게

이게 전분가? 이거 당신 가져.

앞으로 필요할 때가 있을 거야(김형사에게)

싫으면 관두고, 이건 반납해야지. 당신이 좀 해줄래?

제기랄 막상 떠나려니까 또 섭섭해지네.

아니야. 이렇게 밍기적 거리면 안 되지.

자, 나 가네. 내 보기엔 자네도

빨리 다른 직업 찾아가는 게 좋을 거야

본격적으로 시를 쓰던지. 이 생활 오래 할 것 못돼.

몸 두 마음도 다 상한다구, 잘 생각해봐.

김형사 : (쉬고) 누구야?

범인 : (쉬고) 나야.

김형사 : (쉬고) "나" 가 누구야?

범인 : 나야, 나

김형사 : (쉬고) 너 어디 있는 거야?

범인 : 난 네 속에 살아 있어.

김형사 : (쉬고) 아니야. 넌 가짜야.

범인 : 날 느껴봐!

김형사 : 아니야! (흐느끼다 울부짖으며 쓰러진다)

아니야, 아니야!

(M5 : 리치 – 우울한 편지(살인의 추억OST)[4:27])

A : 연극, 날 보러 와요.

이 연극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살인의 추억의

원작인 작품입니다.

제목이 ‘날 보러 와요’인 이유는 1996년 당시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작가가 혹시라도 범인이 관객석 어딘가에 앉아서

자신을 잡지 못한 이 사회를 조롱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하에 제목을 이렇게 정했다고 합니다.

이 연극은 실체와 허상에 대해 알려줍니다.

살인사건은 존재하지만, 범인의 실체는 없습니다.

그 실체를 찾기 위하여 형사들은

범인을 만들어 가고, 자백을 강요하지만,

결국 그건 허상일 뿐 실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실상을 쫓는 사람들과 허상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연극 ‘날 보러 와요’입니다.

(M6 : 세정 – 꽃길[3:59])

B : 20년을 넘게 사랑받는 연극 ‘날 보러와요’는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하나는 1996년 초연부터 2006년 4월까지

10회 연출을 맡았던 김광림과 당시 배우들로 구성된

OB(오비)팀, 또 하나는 2006년 7월부터

2014년까지 5회 연출을 맡았던 변정주와

이 시기 배우들로 구성된 YB(와이비)팀입니다.

특이한 것은 실제 있었던 미제살인사건을 놓고

두 라인업 모두 원작에 충실한 무대를 펼치지만,

조명, 음악 선곡 등에서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하니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비교하며

두 버전으로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S2 : Broken Bells – October[3:40])

A : 연극 ‘날 보러 와요’는

무려 인터넷에서 600명이 평균 9점의

평점을 준 아주 유명한 연극입니다.

이 연극은 아쉽게 올해에는 막을 내렸으나

내년에 청주의 청주씨어터제이와

대전의 아산극장에서 다시 막을 올린다고 하니

기대해보는 것도 좋겠죠?

최재우 실무부국장  diligentjw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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