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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야사 보따리 9주차2021년 10월 26일 화요일 저녁방송

제작: 안정빈 / 아나운서: 심은빈 / 기술: 안정빈

(S1 : 이날치 – 범 내려 온다 [05:32])

자자, 조선 팔도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은 이쪽으로

모여 보시게나! 날이면 날마다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니

빠진 사람 있으면 어서 데려오게, 어서.

다 모인 것 같으니 슬슬

시작해볼까? 오늘 가져온

이야기는 조선 최고의 기생

황진이와 화담 서경덕 선생에

관한 이야기일세. 그럼 (쉬고)

지금부터 귀 쫑긋 (강조)

세우고 들어보시게나.

(M1 : 아이유 – strawberry moon [03:25])

황진이와 서경덕, 다들 한 번쯤은

들어 봤을 테지? 서경덕은

일생을 학문만 벗 삼던

학자였다네. 그는 당시 과거에

합격하고도 부패한 조정에

환멸을 느껴 벼슬을 마다했다지.

황진이는 조선팔도 최고의

기생이었어. 그녀를 싫어하는

남자를 찾기가 힘들 정도였지.

그러던 어느 날, 황진이는

서경덕을 시험해보고 싶었다네.

점잖기로 소문난 그가 (쉬고)

과연 자신에게 동요하지

않을지 궁금했던 게야.

황진이는 선비처럼 끈으로

허리를 졸라매고, 책을 든 채

서경덕을 찾아가지. 그리고는

“첩도 배움에 뜻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라고 말한다네.

서경덕은 웃으며 이를 받아들이고

황진이를 가르치게 돼.

(M2 : 데이브레이크 – 예감 좋은 날 [03:55])

어느 날 황진이는 비에 젖은 채로

서경덕을 찾아간다네. 그녀는

서경덕이 자신에게 동요할 것이라

생각했지. 하지만 서경덕의

반응은 의외였어. 오히려 황진이를

반갑게 맞이했고, 비에 젖은

몸을 말려야 한다며 마른

이부자리와 천을 주지.

그리고는 다시 꼿꼿한 자세로

글 읽기를 계속했다네.

날이 어두어지고 밤은 더

깊어갔어. 황진이가 잠을 잘 수

있겠는가. 새벽이 되자 이윽고

서경덕은 황진이 옆에 눕게 돼.

그러나 황진이의 기대와는 달리

서경덕은 코까지 골며 편안하게

꿈나라로 가버린다네. 그녀가

눈을 떴을 때 서경덕은 이미

일어나 밥까지 차린 모양이었어.

(M3 : 오마이걸 - CLOSER [03:27])

부끄러워진 황진이는 빨리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네.

그래서 대충 말린 옷을 입고

도망치듯 집을 나서지. 그녀는

사람들에게 “스님의 삼십 년

면벽수도도 나에게 무너졌다.

오직 화담 선생만은 유혹하기를

몇 달을 하였는데도 끝내

어지러운 지경에 이르지 않았으니,

참으로 성인이시다”라고 말한다네.

며칠 후, 황진이는 서경덕의 집을

다시 찾게 돼. 옷을 제대로

갖추고 음식을 장만해서 말이지.

역시나 책을 읽고 있던 서경덕은

이번에도 황진이를 반갑게 맞이해.

방 안에 들어선 황진이는

서경덕에게 큰 절을 올리고

제자로 삼아달라는 뜻을 밝혔다네.

서경덕은 빙그레 웃으며, 이를

허락하지. 그렇게 두 사람은

진정한 스승과 제자가 된다네.

(M4 : 홍대광 – 잘됐으면 좋겠다 [03:40])

어느 날 황진이는 문득 서경덕에게

이렇게 말했어. “송도에는

꺾을 수 없는 것이 세 가지

있사옵니다.” 그리고는 첫 번째는

박연폭포, 둘째는 선생님, 셋째는

자신이라는 말을 하지. 송도에

있는 것 중 도저히 꺾을 수

없거나 가장 뛰어난 세 가지를

말한 것일세. 이것을 ‘송도삼절’

이라고 하는데, 들어본 사람도 있을게야.

황진이의 자기애와 서경덕을

존경하는 마음이 아주 잘 드러나지.

황진이는 비록 스승으로 서경덕을

모시고는 있지만, 그를 사모하는

마음도 있었다네. 그래서

서경덕이 보낸 시조에 당신이

보고 싶다는 화답을 보내기도 했어.

(M5 : 방탄소년단 – Pied Piper [04:05])

서경덕이 일생을 학문만

벗 삼았다는 건 아까 말했지?

그런 이유로 황진이가 더 높게

사모했다네. 하지만 그는 어떤 마음도

주지 않았어. 결국, 스승과 제자관계로

지내게 되었지만 (쉬고)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지고한

정신적 사랑을 나누었다는 것이지.

서경덕이 황진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에는 부녀지간과 같은

나이 차이도 있었어. 명예를

생명으로 아는 선비로서 감히

꿈도 꿀 수 없었던 것이지.

그래서 황진이가 자신을

스승 외의 감정으로 바라 볼 때면

홀연히 자리를 뜨곤 했어.

황진이는 야속한 마음과 그리움을

시조로 읊기도 했다네.

(M6 : 엔플라잉 – Autumn Dream [03:24])

황진이는 서경덕에게서

인간의 참모습, 우주의 진리

등을 배우고 깨달았어. 그를

모시고 도학을 배운 후 황진이는

인생의 방향을 달리했다네.

그녀도 도학자가 된 걸세.

서경덕의 도학은 ‘기일원론’으로

모든 사물이 기작용에 의해

생성하고 발전한다는 것이었어.

황진이가 이를 터득할 무렵

서경덕은 세상을 떠난다네.

황진이는 스승이자 정인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지.

그녀는 서경덕의 발이 닿았던

곳들을 찾아다닌다네. 세상의

모든 이목을 피해가면서

지팡이와 짚신을 벗 삼아

전국을 떠돌아다니지.

그녀는 이렇게 세월을 보내다가

서른여덟이라는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하게 돼. 결국 스승의

곁으로 간 것이지. 황진이가

서경덕을 얼마나 따랐는지

알겠지? 두 사람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화자가 될 걸세.

(S2 : 원어스 – 가자 [03:49])

오늘 들려준 이야기는

재밌었는가? 표정들을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나 보구먼.

아이고~ 이를 어쩌지?

내 이야기가 재밌다는 게

벌써 소문이 나버렸지 뭐야.

찾는 이들이 하도 많아서,

나는 이만 가봐야겠네.

내가 또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니, 다들 긴장하고 계시게!

안정빈  cubrad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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