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 김나율 / 아나운서 : 권민규,우인화 / 기술 : 김나율

 

(S1 : Citizens! - True Romance [4:03])

A: 대학이라는 새로운 레일 위에서

스무 살이라는 출발선에 서 있는 나.

내 이름은 김민지.

이제 대학 입학하는 새내기다.

내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스무 살

그리고 나의 새내기 시절을

나는 지금 이 일기장에 기록해보려 한다.

언젠가 이 일기를 보면서

그때를 기억하고 미소 짓길 바라며,

오늘의 일기.

2019년 4월 4일 날씨 ○○

그 멘토 선배.

(M1 : 레드벨벳 - 환생 [03:33])

A: 아, 역시 사림관 해장라면!

이름값하는 메뉴다.

술 엄청 먹고 다음 날 먹으면 딱이다.

오늘 하루 종일 울렁거려서 혼났는데

매콤한 라면 국물을 마시니

숙취가 싹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라면을 한 그릇 비우고 나니

그제서야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가 들렸다.

아, 아까 말했던 멘토에 관한 이야기였다.

근데 멘토 멘티는 왜 하는 건데?

고등학생도 아니고 그게 뭐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친구들의 얘기를

영혼 없이 듣고 있는데,

B: “저기..”

A: 누가 내 어깨를 톡톡하고 쳤다.

B: “니가 경영학과 김민지야?”

A: (감탄하듯이) 와, 대박. 진짜 잘생겼다.

A: 하마터면 속마음을 입 밖으로 얘기할 뻔했다.

학교를 다닌 지 벌써 5주 차,

이미 모든 대학 로망이 깨져 버렸지만

단 하나의 로망이 현실이 되었다.

유정 선배. 진짜 실존하는 사람이었구나.

갑자기 오빠랑 입학 전에 했던 말이 생각났다.

B: “뭐? 유정 선배?”

A: “아 어. 대학 가면 유정 선배 있냐고.”

B: “유정이 누군데?”

A: “(짜증 내며) 아 진짜. 니는 치인트도 안 봤나?”

B: “치인트는 또 뭔데?”

A: “됐다. 말을 말자.”

A: 어휴. 저 물음표 살인마 같은 놈.

(M2 : 세븐틴 - 20 [03:23])

A: 나는 이미 대화를 포기했는데

쓸데없이 끈질긴 친오빠였다.

B: “아, 왜! 유정이 누군데?”

A: “아 그냥, 대학에 잘생긴 사람 있냐고.”

B: “잘생긴 사람? 당연히 많지.”

A: “헐! 진짜?”

B: “그중에 진짜 잘생겼다고 소문난 사람 있거든.”

A: “누군데? 누군데?”

B: “진짜 막 창대전인가 뭐시긴가,

거기에 여자친구 있냐고 글 엄청 올라오고 막∙∙∙”

A: “아 진짜 궁금하게! 그래서 누구냐니까?”

B: “메카대 기계공학과 16학번인데, 이름이∙∙∙”

A: 내가 궁금하단 눈빛으로 계속 쳐다보자

B: “김민석이라던가?”

A: 자기 자신을 슬쩍 가리키는 친오빠였다.

A: (마이크에 대고 박수 한 번 쳐주세요. 짝 소리 나게)

B: “아야! 야 왜 때리는데?”

A: “니 진짜 사람을 갖고 노나?”

B: “뭘 갖고 놀아? 진짠데.”

A: “미친 소리 한다 또.”

B: “(억울하단 듯이) 와, 이게 못 믿네? 진짜라니까?”

A: “(단호하게) 어 알았디.”

B: “아 진짠데..”

A: 아마 이때부터 유정 선배에 대한 환상은

일찌감치 접었었지.

김민석이 잘생겼다고 소문났다니.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구나.

B: “야, 근데 나 정도면 괜찮지 않냐?”

A: 응. 전혀 괜찮지 않은데.

(M3 : 보아 - Who Are You [03:43])

A: 근데 제 앞에 계신 이 분은 누구죠.

김민석이 말한 진짜 잘생겼다고 소문난 사람,

혹시 이 분인가?

그 짧은 순간에 나는 별의별 생각을 하다가,

A: “네.. 맞는데요?”

A: 겨우 느릿하게 대답했다.

B: “와, 대박. 설마 했더니 진짜네?”

A: 근데 아까부터 나를 아는 체 마냥 구는데.

A: “ (쉬고) 누구.. 세요?”

B: “아아, 소개가 늦었네. 난 16학번 한재희야.”

A: 한재희?∙∙∙ 뭔가 익숙한데.

A: “아! 제 멘토 분..?”

B: “응! 알고 있었네? 앞으로 잘 지내보자 민지야.”

A: 미친, 이 사람이 내 멘토라니.

이름도 어떻게 한재희지?

당연히 여자 선배일 줄 알았는데.

완전 유정 선배 그 자체다.

A: 친구들은 나랑 재희 선배를 보더니,

상황 파악을 한 건지 자기들끼리

나한테 눈짓을 하고는 식판을 들고 일어 섰다.

B: “어, 니 친구들 가는데. 괜찮아?”

A: “아 예 뭐.. 괜찮아요.”

A: (쉬고) 아니요. 사실 안 괜찮아요.

나는 필사적으로 가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는데,

친구들은 식당 밖으로 나간 지 오래였다.

아씨, 아무리 그래도 단둘은 어색한데.

술 취했으면 몰라.

B: “밥 먹고 있는데 옆에서 니 친구들이

김민지, 김민지 하길래 봤더니. 진짜구나.”

A: “근데 제 이름 엄청 흔하잖아요.

다른 김민지이면 어쩔려고 그랬어요?”

B: “아니, 나는 너인 거 확신하고 말 걸었는데?”

A: “어떻게 확신했는데요?”

B: “너 엄청 닮았거든.”

A: “에?”

B: “김민석이랑.”

A: 미친, 김민석이랑 친구인가 보다.

(M4 : 이달의 소녀 - Heart Attack [03:15])

A: “(놀라듯이) 김민석을 어떻게 알아요?”

B: “아, 나 민석이랑 같은 동아리거든.”

A: 김민석 친구 중에 이런 사람이 있었다니.

진작에 소개해줬어야지. 미친 김민석아.

B: “이번에 민석이가 돼지 들어온다고 난리 쳤거든.

그게 너였어?”

A: 아 진짜. 김민석 이거 죽여버릴까.

김민석 옆에 사람 두면 안 되는데,

벌써 서영민도 김민석한테 물들었으니까.

근데 그런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B: “돼지라니 민석이가 심했다. 이렇게 이쁜데?”

A: 갑자기 그렇게 훅 들어오면 어떡해요.

진짜로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줄 알았다.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다니,

완전 선수다 선수.

B: “어쨌든! 앞으로 멘토로서 잘 부탁해.”

A: 새삼 멘토 멘티 제도에 대해 고마워지는 순간이다.

누가 기획한 거지. 정말.

어느 쪽으로 절하면 되나요.

아까 고등학생 같다고 했던 말 취소다.

B: “근데 신기하다.”

A: “뭐가요?”

B: “너 진짜 민석이랑 똑 닮았거든.

멀리서 봐도 민석이 동생인 거 알겠더라.”

A: “(석연치 않은 듯이) 아.. 그래요?”

B: “아~ 너 민석이 싫어하는구나?”

A: “싫어하는 수준을 넘어선 것 같은데요?”

B: “너무 그러지 마. 민석이가 겉으론 그래도

뒤에서 너 엄청 챙겨주고 있어.”

A: “우웩. 걔가요?”

B: “응. 나한테도 같은 과니까 너 좀 챙겨 달라던데?”

A: 고맙다 김민석. 오늘 밥 두 그릇 먹어라.

(M5 : 울랄라세션 - Love Fiction [03:38]) 

B: “그건 그렇고, 우리 자리 옮길까?”

A: 생각해보니 우리는

식당에서 계속 서서 대화중이었다.

B: “카페라도 갈까?”

A: “네 전 좋아요!”

A: 내가 식판을 들고 퇴식구로 갈려 했는데

재희 선배가 자연스럽게 내 식판을 가져가더니

B: “내가 버려줄게. 넌 짐 챙기고 있어!”

A: “아, 아니요! 제가 할게요!”

B: “아니야. 괜찮으니까 내가 할게.”

A: “아니..”

A: (쉬고) 그게 아니라 더럽게 먹어서 그러는데.

쪽팔린단 말이에요.

A: 그렇게 재희 선배랑 카페에 갔다.

어색할 줄 알았던 내 생각과 달리,

우리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A: “근데 선배 혹시 과 생활 별로 안 해요?”

B: “그건 왜?”

A: “제 동기들이 선배를 아무도 모르길래요.

선배 개총 안 왔죠?”

B: “나 개총 갔는데?”

A: “엥 진짜요? 나 왜 못 봤지?”

B: “나는 너 봤는데?”

A: “저를 봤다고요?”

B: “에휴, 역시 기억 못 하네.”

A: 선배는 나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나를.. 봤다고? 무슨 소리일까?

(S2 : NCT U - Radio Romance [03:39])

김나율 수습국원  cubrad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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