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 Mulan (뮬란) - Reflection [03:35])

오늘의 방송은 익명의 한 학우가 보내주신

사연을 읽어드리려고 합니다.

‘나는 침묵했다.

나에게 그 누구도 가만히 있으라

한 적이 없음에도 나는 가만히 있었다.

내가 가만히 있으니 내 동기들도

가만히 있었다.

우리가 침묵하니 우리 학교 역시

조용했다.

누군가 나서주기를 원했다.

나 역시도 현재의 내가, 친구들이,

학교가, 나라가

비정상적이리만큼 조용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나서주기를 원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섰다.

(M1 : Kelly Clarkson - Breakaway [03:57])

나랑 다른 지역에서 대학(大學)을 배우고 있는

친구들이 나섰다,

그들이 나서니 그들에게 대학(大學)을 가르치는

또 다른 지식인들이 나섰다.

그럼에도 나는 숨었다.

숨죽이고 있었다.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였다.

정의를 외치다 경찰에게

입이 틀어막힌 채 끌려가도,

준비해온 플래카드를 미처

펼쳐 보이지도 못한 채

국민이라면 누구나 들어야 하는

미란다원칙을 듣지도 못하고

경찰의 차 안으로 밀어 넣어져도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나는 매시간 검색어를 살폈다.

비선 실세, 부정입학, 하야….

단어들을 보며 분노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분노했다.

나의 분노는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다.

(M2 : 휘트니 휴스턴 - I Have Nothing [04:49])

지금 사연을 보내는 이 시간.

지난 며칠간 습관처럼 해오던 검색어를 살피면서

나처럼 숨어있지 않은 우리 지역의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은 표출했다. 자신들의 분노가 정당한 것임을,

주권의 여력을 주장했다.

나는 부끄러웠다.

이 사연을 보내는 이유는 나와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을 추궁하기 위함이 아니다.

나처럼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을 탓하고자 함도 아니다.

그저 난 부끄러웠다.

대학(大學)을 공부함에도 이 시대의 지식인이

되지 못하는 내가 부끄러웠고

나의 주권을 당당히 말하지 못하는 내가

그저 부끄러웠을 뿐이다.

(M3 : 휘트니 휴스턴 - I Will Always Love You [04:26])

그리고 혹시나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2014년 4월, 가만히 있으라는 말에

분노했던 내가

2016년 지금, 그 누구도 말한 적이

없음에도 가만히 있음을

부끄러워하고 있다고.’

(S2 : 하이스쿨 뮤지컬 -Start Of Something New [03:18])

보내주신 사연과는 무관하게

저희 CUB방송국은 그 어떠한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표명하지 않음을 약속드립니다.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이상 10월 31일 방송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구은서  chdms03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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