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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크박스 - 12주차2018년 11월 15일 목요일 저녁방송

제작 : 배예진 / 아나운서 : 조해영, 임준재 / 기술 : 배예진

(S1:Shawn Mendes - Where Were You In The Morning?[03:20])

A: 안녕하세요. 상자 속에 담긴

여러분의 문학 작품을

하나씩 꺼내어 소개하는, 북크박스입니다.

문학은 누구나 창작하고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북크박스는

창원대 학우분들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여 소개해드리고 있답니다.

A: 오늘은 저번 작품의

마지막을 읽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름다웠던 짝사랑, <삼키는 버릇>입니다.

(M1: 박원 - 나를 좋아하지 않는 그대에게[06:03])

B: 눈을 번쩍 떴을 땐, 익숙한 내 방 벽지가 보였다.

휴대폰엔 키읔 자음이 가득한

너의 메시지가 보인다.

어쩌자고 만나자고 했을까.

겨우 몸을 일으켜 아무렇지 않은 척,

세시까지 보자라는 답장을 보낸 뒤

무거운 몸뚱이를 이끌고 옷장으로 갔다.

정리되지 않은 옷가지들을

침대 위에 대충 던져놓고,

맨 구석에 아직 빳빳하게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분홍색 쇼핑백을 꺼냈다.

B: 그 속엔 아직도 비닐을 뜯지 않은

소라색 원피스와 샛노란 편지봉투가 담겨 있었다.

근 3년 간 주인을 기다리던 원피스는

아직도 주인의 손을 기다리는 지

자신의 예쁜 소라색을 간직하고 있었고,

편지봉투는 이미 지쳐버린 듯

모서리 부분부터 색이 바라져 있었다.

나의 대학이 먼저 결정된 뒤,

뒤 따라 고대하던 대학에 합격했다는

너의 전화를 받으며 시내를 걷는데 이걸 봤다.

그리고 네가 떠올랐다.

너와 통화 중이었기에 네가 떠오른 걸까,

그냥 그 원피스가 너를 떠올리게 한 걸까.

(M2: 거미 - 혼자만 하는 사랑[04:29])

B: 아직도 알 수 없지만

무작정 그 옷가게에 들어가서

저 소라색 원피스 주세요,

라고 말했던 것 같다.

대학축하선물로 고백편지와 함께 주려고 했었다.

그러나 나는 너의 거절이 무서웠고,

그로 인해 너와의 사이가

아예 끝나면 어쩌나 하는

바보 같은 생각들이 들었었다.

그것들이 또 내 진심을 대신 삼켜버렸었겠지.

B: 나는 바란 편지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다가

쇼핑백 깊은 곳에 푹 찔러놓고 나갈 채비를 했다.

약속시간보다 15분 일찍 도착했다.

방학 중인 학교 운동장은 조용했고,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와서

공부를 하고 있는 지,

정 시각마다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나는 손에 든 쇼핑백을

자꾸만 쳐다보며 너를 기다렸다.

저 멀리서 뛰어오는 네가 보였다.

(M3: 윤하 - 기다리다 [04:40])

B: 아직 약속시간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늦기라도 한 듯 헐레벌떡 뛰어오는

네 모습에 또 웃음이 났다.

천천히 와! 소리쳐도 계속해서 뛰어온다.

결국 끝까지 뛰어서

내 앞에 도착한 너는 헉헉대며

무릎을 짚고 가쁜 숨을 골랐다.

B: “천천히 오라니까 또 굳이 뛰어요.”

A: “먼저 와 있길래 괜히 급해져서 뛰었잖아.”

B: “또 내 탓이지.”

A: “어, 다 네 탓.”

B: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드는

너의 숨소리가 차분해지기를,

난 또 기다렸다가

내 손에 들린 쇼핑백을 너에게 건넸다.

건네받지도 않고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는 너의 팔을 잡아다

쇼핑백을 팔목에다 걸어주었다.

(M4: 나윤권 - 나였으면[04:22])

B: 그리고 턱턱 막히는 목을

간신히 가다듬으며 말했다.

“선물. 이거 주려고 부른 거야, 오늘.”

A: “대박, 옷이야?”

B: “어. 생색은 안낼 건데. 입은 건 좀 보고 싶다.”

A: “지금?”

B: “응.”

A: “야, 다음에 입고 나오면 되지.”

B: “아니, 지금 입고 와, 얼른.”

단호하게 말하는 내가,

너는 당황스러운 듯 했다.

나는 너의 등을 학교 쪽으로 떠밀었다.

너는 당황하는 듯하더니

이내 알았다며 쇼핑백을 들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B: 계속해서 뭔가가 울컥하고 치밀어 올랐으나

또 나는 삼켜낸다.

이번엔 버릇이라서 삼키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순전히 내 의지로

꾸역꾸역 속으로 삼켜냈다.

그것은 생각보다 힘겨워서

나는 운동장을 걸으며 끊임없이 숫자를 세고,

심호흡을 했다. 하나, 둘, 셋….

숫자가 401에 다다랐을 때,

원피스를 입은 네가 내가 있는 곳으로 걸어온다.

쑥스러운 듯 웃으며 오는 너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저 고개를 젓는 일 뿐이었다.

입을 열 수가 없다.

(M5: 어쿠스틱 콜라보 - 너를 잊을 수 있을까[03:57])

B: 입을 여는 순간 너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나는 잠시간 너를 쳐다보다 겨우

가자, 한마디 뱉었다.

말없이 교문을 나서는 나를

총총걸음으로 따라온다.

너보다 조금 앞서 걸으며

나는 눈을 감고, 예전의 감정을 되새기려 노력했다.

나는 그때의 감정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때의 그 감정을,

그 때의 내가 너에게 전달할 수 없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대신해서

그 감정을 전하는 그 순간,

반짝반짝 아름다운 빛을 내던

나의 소중한 그때의 진심이

빛이 바래진 볼품없는 미련이 될 것만 같았다.

B: 차마 쇼핑백에 함께 넣지 못하고

내 주머니에 꼬깃꼬깃 접어 넣은

샛노란 편지봉투를 손으로 꼭 쥔 채,

나는 네가 타야 하는 버스의 정류장까지

너와 걸음을 맞춰 걸었다.

“대학생활 잘 해라.”

뜬금없는 내 말에 너는

나를 올려다보다가 너도,

하고 대답해주었다.

멀리서 네가 타야 할

번호의 버스가 오고 있는 게 보인다.

“연락할게, 또 보자.”

A: “응, 고맙다. 잘 입을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나는 또 그저 입술을 다물었다.

(M6: 안녕하신가영 - 좋아하는 마음[03:35])

A: “조심히 가.”

B: 평소와 달리 웃지 않는 네가,

앞에 선 버스의 계단을 오르며 나를 돌아봤다.

편지봉투를 꾹 쥐고 있던

오른손을 꺼내 손을 흔들었다.

안녕, 잘 가.

항상 가벼웠던 네 발걸음이

오늘따라 무거워 보이는 것을

애써 모른 척 하며 대신 손을 더 흔들었다.

너도 따라 손을 흔들었고,

버스 문은 닫혔다. 서서히 출발하는

버스가 유난히 빨라 보인다.

버스가 안 보일 때쯤,

나는 주머니 속에 편지를 꺼냈다.

그리고 혼자 꾹 삼켜냈던 말을 조용히 읊조렸다.

예뻐, 생각보다 훨씬.

(S2: Sam Smith - Too Good At Goodbyes[03:21])

A: 결국 고백의 말 한마디로

못 건네고 짝사랑이 끝이 났네요…

다시 찾은 기회에서도

결국 삼키는 버릇 때문에

진심을 전하지 못한 그의 안타까움이

책 속을 넘어 마음속에 와 닿는 것 같아요.

여러분들은 고백을 전하지 못하고

주인공처럼 꾹 삼켰던 적이 있으신가요?

누구에게나 있는 삼켰던 경험을

잘 풀어낸 소설, <삼키는 버릇>이었습니다.

오늘 꺼낸 작품은 어떠셨나요?

다음 주에도 여러분의 심금을 울리는

작품을 담아올게요.

이상, 북크박스 닫겠습니다.

다음에 또 같이 열어보아요.

A, B: 안녕~

배예진 수습국원  cubrad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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