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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크박스 - 11주차2018년 11월 08일 목 저녁방송

제작 : 배예진 / 아나운서 : 조해영, 임준재 / 기술 : 배예진

(S1:Shawn Mendes - Where Were You In The Morning?[03:20])

A: 안녕하세요. 상자 속에 담긴

여러분의 문학 작품을

하나씩 꺼내어 소개하는, 북크박스입니다.

문학은 누구나 창작하고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북크박스는

창원대 학우분들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여 소개해드리고 있답니다.

A: 오늘은 저번 주 이야기를

계속 이어서 작품을 읽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루지 못해서 더 아름다운, <삼키는 버릇>입니다.

(M1: 406호 프로젝트 - 없던 일[03:42])

B: 나는 헛기침을 하며

겨우 네가 뱉은 단어들을

하나하나 주워 다가 다시 이어 붙였다.

그러니까, 걔가, 너를, 좋아해?

B: “고백받았다고?”

A: “어.”

B: 걔가, 너를, 나보다, 더, 좋아해?

머릿속에 차오르는 생각을

아주 힘겹게 참아내며

너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말을 이어갔다.

혹여 떨리는 목소리를 네가 알아챌까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가며 힘주어 소리 냈다

B: “뭐랬는데.”

A: “그냥 나중에 대답해준다고 했어.”

B: 거절을 하지 않았다는 네 말에

가슴 속 무언가가 철렁하고 내려앉았다.

등신같이 내가 먼저 말하지 못한 말을

그 자식이 했다는 사실도 화가 났다.

지금이라도 삼켰던 말을 뱉어내야 한다고

머릿속에서 누가 소리쳐댔다.

내가 더 좋아해. 오래전부터 좋아했어.

B: “그래서?”

A: “…그냥 그렇다고.”

나도 내가 왜 퉁명스레

저런 말을 내뱉었는지 모른다.

그냥 입을 열자마자

저 말이 내 허락도 없이 튀어 나갔다.

(M2: 스트레이 - 너, 너 [04:45])

B: 너는 잠시간 나를 쳐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서 교실을 나갔다.

병신 같은 새끼. 이번엔 말과 생각 대신,

울컥하는 눈물을 삼켰다.

좀 더 일찍 말했어야 했다.

나도 모르게 삼키는 버릇이

생겼다는 걸 그때야 알았다.

그것은 손톱을 뜯는 버릇보다

더 고질적이었고, 눈앞에 휴지를 뜯는 버릇보다

더 쓰잘머리 없는 것이었다.

B: 얼마 뒤, 너는 그 자식의 고백을 받아줬다.

나는 그날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네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시끄럽고 밝은 노래가 울려 퍼지는

이어폰을 귀에 쑤셔 넣었다.

가끔 울컥하는 것을 겨우 억눌러내고 있는데

하필 다음 노래가 구슬픈 발라드였다.

귀 안에서 들리는 슬픈 멜로디가 싫어서

거칠게 이어폰을 빼냈다.

슬픈 멜로디가 끊기고

버스 안의 잡음이 귀를 가득 채웠다.

(M3: 지코 - 사랑이었다(Feat. 루나 of f(X))[04:29])

B: 울지 않으려고 이어폰을 빼냈는데,

그래서 그런 건데. 모든 게 빠져나간 것처럼

허한 기분이 내 몸을 누르고,

동시에 빈자리가 너로 가득 채워졌다.

겨우 삼켜냈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너를 좋아했어, 많이, 오래.

울음은 뱉어내면서 진심은

끝끝내 삼켜내는 내가 싫었다.

그렇게 고3이 되고, 너와 나는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친구라는

사이의 끈은 이어 나갔다.

내 고질적인 습관도 시간이 지나면서

덜 아프게 삼키는 법, 비워내는 법 등을

배웠고 그런 것을 터득한 대가로

나는 네 옆에 남을 수 있었다.

B: 우리는 다른 대학을 가게 되었다.

그리고 너는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우리는 간혹 연락을 주고받았고,

나는 군대에 가기 전

같은 동기 여자애를 만났다가 헤어졌다.

군대에서의 너의 편지와 전화는

나에게 큰 힘이 되었으나

동시에 참을 수 없는 슬픔이 되기도 했다.

이제는 친구라는 말로 너의 옆에 있으면서

감정을 삼켜낼 힘이 없었다.

이미 삼켜진 감정들이 내 안에서

나를 조금씩 갉아먹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조금씩 너를 피했고,

너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연락을 해왔으나,

이내 횟수가 점차 줄었다.

(M4: 임창정 -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04:04])

B: 그리고 제대하는 날 축하한다는 연락을 끝으로

나는 혼자서 너와의 관계를 끝맺었다.

사고는 방심하는 순간 일어나고,

그 사고는 오늘 예기치 못하게 일어났다.

오랜만에 만난 너와 술잔을 기울이며,

그간 잠잠했던 삼켜진 것들이

안에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입을 비집고 나올 것 같은

단어들은 네가 청한 건배 덕분에

쓴 소주로 넘겨버릴 수 있었다.

조금은 나아질 줄, 아니 나아진 줄 알았는데.

나도 너만큼이나 변하지 않았나 보다.

A: “친구들이랑 있던 거 아녔어?

배신하고 나랑 이렇게 있어도 되냐?”

B: “괜찮아, 별생각 없는 놈들이라서.”

괜찮기는. 급하게 가방을 챙겨 나서려는

나를 보고 득달같이 달려들며

퇴장주니 뭐니 하던 놈들이 생각났다.

너는 어디 가지도 않는데 얼른 나가려고

벌컥벌컥 들이켰던 소주가 생각나,

입안에 쓴 물이 올라오는 듯했다.

고등학교 때 책상을 사이에 두고

얘기를 나눴던 너와, 지금은

소주 한 병을 두고 얘기를 하고 있다니

약간은 이상한 기분이다.

(M5: 먼데이 키즈 - 가을 안부 [05:02])

B: 술이 있어서 그런지,

그때는 그리 어려웠던 말들이

지금은 방금 외운 영어단어를 외듯

술술 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너는 뭐가 그리 좋을까,

한순간도 입가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고등학교 때

‘우리’의 얘기를 했다.

A: “그래서 네가 그때 개 맞듯이 맞고…”

술기운이 점점 내 온몸에

퍼져 나가는 것 같다.

눈이 감기고 자꾸만 떨어지는

고개를 손으로 지탱했다. 응, 그래서.

A: “나는 덕분에 그날 야자를 뺏었지.

지금 생각하니까 나 완전 나쁘네.”

너 안 나빠. 이 한 마디를 낄낄거리며

웃는 너를 보고 뱉었는지,

또 삼켜 냈는지 모르겠다.

더 이상 버티다간 탁자에

그대로 머리를 박을 것만 같다.

나는 겨우 욕지거리를 속으로만 중얼거리며

있는 힘껏 고개를 쳐들었다.

네가 동그래진 눈으로 말한다. 괜찮아?

B: “내일. 내일, 가자.”

A: “뭐야, 너 취했어? 어딜 가.”

B: “학교…연락할게. 나가자. 택시 태워줄게.”

B: 불쑥 너와 나의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네가 택시를 탔고,

나도 가까스로 택시를 탔고.

그것이 어제의 단편적인 나의 기억 전부다.

눈을 번쩍 떴을 땐, 익숙한 내 방 벽지가 보였다.

휴대폰엔 키읔 자음이 가득한

너의 메시지가 보인다.

어쩌자고 만나자고 했을까.

(S2: Sam Smith - Too Good At Goodbyes[03:21])

A: (시무룩하게) 벌써 끝나서 너무 아쉽네요…

결국 짝사랑을 이루진 못했지만

다시 한 번 만날 기회가 생겼네요!

주인공은 과연 그녀에게

다시 고백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요?

다음 주 이 시간에

계속해서 읽어드리겠습니다.

다음에 또 같이 열어보아요.

A, B: 안녕~

 

배예진 수습국원  cubrad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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