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RADIO 저녁방송
북크박스 - 10주차2018년 11월 01일 목요일

제작 : 배예진 / 아나운서 : 조해영, 임준재 / 기술 : 배예진

(S1:Shawn Mendes - Where Were You In The Morning?[03:20])

A: 안녕하세요. 상자 속에 담긴

여러분의 문학 작품을

하나씩 꺼내어 소개하는, 북크박스입니다.

문학은 누구나 창작하고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북크박스는

창원대 학우분들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여 소개해드리고 있답니다.

A: 오늘은 상자 속에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짝사랑의 삼키는 버릇을 담은

작품이 있네요!

이루지 못해서 더 아름다운, <삼키는 버릇>입니다.

(M1: 뉴이스트W - 있다면[03:27])

B: 너를 다시 보게 된 건

아주 뜻밖의 장소에서였다.

그 날, 나는 오랜만에 본가로

내려와 반가운 얼굴들과 술을 거나하게 걸친 뒤,

담배를 피기 위해서 잠시 가게 앞

전봇대에 기대어 검게 내려앉은

차가운 공기를 맞고 있었다.

자정이 넘은 시각이라

길가는 다니는 사람이 없었고 조용했다.

적당히 오른 취기에 기분이 좋았던 나는

필터를 깊게 빨아들이며 눈을 감았다.

고요한 적막 속에서

내 심장소리만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연기를 뱉으며 눈을 떴을 때,

몇 발 치 안 되는 곳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너를 봤다.

B: 길어진 머리에 베이지색 카디건을 입은

너를 봤을 때, 고요의 적막은 너로 가득 찼고

그 속에서 유일하게 들리던

내 심장소리는 귓가를 가득 울렸다.

나는 바보같이 눈을 꾹 감았다가 뜨며

얼른 다 태우지 못한 담배를 버렸다.

그리고는 반대쪽 손으로

어색하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아, 안녕. 어색한 내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살피던 너는

그제야 활짝 웃으며 내 쪽으로

한 발짝씩 걸음을 옮겼다.

(M2: 장범준 - 봄비 [03:01])

A: “야, 진짜 오랜만이다.”

B: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활짝 웃는 너의 상기된 목소리로

몇 년간 끊어졌던 우리의 대화는 시작 되었다.

아직 술기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네 손이 올려 져 있던 내 왼쪽어깨가 화끈거려서

나는 잠시 헛기침을 한 뒤 대답했다.

‘그러게.’ ‘보자. 보자.’ 말만 했었는데.

A: “어떻게 여기서 이렇게 마주치냐?”

B: 네가 웃으며 말했다.

너에겐 우연적인 마주침이었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너와의 마주침은 사고였다.

당황스런 마음에 잔잔히 남아있던 술기운마저

싹 가시게 할 만큼 큰 사고.

B: 고등학교 2학년, 날이 차차 따스해지고

새로운 계절, 새로운 이들에 대한

설렘으로 학교는 들썩였다.

친구 녀석들 중 유일하게

혼자 덩그러니 7반에 배정된 나는

제일 뒷자리에 앉아 봄의 향기에 취해

들뜬 아이들을 꽤나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간혹 가다 낯익은 얼굴들이

나에게 인사를 청해왔으나 그 뿐,

내 빈 옆자리에는 딱히

흥미가 없는 듯 보였다.

(M3: 폴킴 - Additional[03:47])

B: 새 학기가 되면 으레 다들 한 번씩 하는

친구에 대한 걱정거리는

나에겐 그다지 큰 것은 아니었다.

항상 그랬듯, 어떻게든 친구는 생길 것이다.

좋은 놈이든, 나쁜 놈이든 이왕이면

좋은 놈이면 좋겠지만 아무렴 어때.

그리 낯을 가리는 편도 아니었고,

오히려 외향적인 편이였기에 근심은 없었다.

잠시 시끄러운 교실을 벗어나고 싶었으나,

복도도 별 반 차이는 없어 보여

주머니에 엉켜있던 이어폰을 꺼냈다.

그것을 귀에 꼽고 음악을 틀고 엎드리면

시끄러운 교실을 벗어나는 최선의 방편이 되었다.

B: 흐릿한 의식 속에서 내 옆의 빈 의자가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가 의자를 끌어다 앉는 기척이 느껴졌고,

매우 급하게 온 듯 불규칙적인 숨을 뱉어냈다.

봐, 어떻게든 친구는 생긴다니까.

내가 느릿하게 몸을 일으키면

내 옆의 예비 친구는 나를 쳐다볼 것이다.

그럼 내가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며

안녕, 인사를 건넨다.

몇 반이었어? 누구누구 알아?

친구들의 이름을 팔아가며

억지로 연을 만들어 내고,

게임은 해? 무슨 게임? 등의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다 보면

생에 없던 최고의 절친한 친구가 되는 것이다.

(M4: 스윗소로우 - 설레고 있죠[04:02])

B: 나는 머릿속으로 최고의 시나리오를 짠 뒤,

옆에서 들리던 숨소리가

어느 정도 고르게 뱉어지기를 기다리다가

느릿하게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활짝 웃으며 옆을 봤다.

너는 동그란 눈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A: “안녕.”

B: 내 입에서 나와야 할 말이

굳게 닫힌 입술 탓에 나오지 못했다.

내 시선 끝, 너의 작은 입술에서 나온 안녕이었다.

B: 내 시나리오를 무참히

짓밟아 버린 걸 모르는 너는,

마냥 웃으며 내 이름은 이해선이야,

하고 말했다. 아, 나는 김성우.

말을 할 때마다 덜 떨어진 것 마냥

붙는 아, 소리를 빼고 싶었으나

이미 정신은 내 소관을 벗어난 지 오래였다.

A: “잘 지내보자.”

B: 네가 덧붙였다. 잘 지내보자.

그래, 잘 지내보자

내 시나리오에선 그저

무의미한 인사치레였던 말이,

너에게서 의미를 가득 적신 채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잘 지내보자, 잘 지내보자, 우리.

(M5: 죠지 - 하려고해고백[03:25])

B: 너는 굉장히 털털했고, 활동적이었다.

또 남자아이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다른 남자아이와는 몇 마디 섞지 않다가,

나에게 와서는 조잘조잘 떠들었다.

꼭 유치원에 다녀왔다가

엄마에게 그 날 있었던 일을

일러바치는 아이 같아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럼 너는 또 뭐가 웃기냐며

내 등짝을 사정없이 내리쳤고,

맞으면서도 뭐가 그리 좋은지

나는 계속해서 낄낄거렸다.

두 달이 지나서야 자리를 바꿨다.

B: 옆자리에서 같은 분단 뒷자리로 떨어졌지만

그것 나름 너의 동그란 뒤통수를

볼 수 있어서 나쁘지 않았다.

서로의 친구들과 밥을 먹은 뒤

잠시 마주치면 잠깐 얘기를 했고,

가끔 필기구나 매점에서 사온 간식거리를 나눴고,

아주 가끔 같이 도서관에 갔다. 너는 말했다.

A: “너 같은 친구 생겨서 좋다.”

B: “나는 하나도 안 좋은데.”

B: 내 장난스런 대꾸에 영광인 줄 알라며

내 팔을 꼬집는 너를 피하는 척

일부러 앞서 뛰어갔다.

나는 진짜 하나도 안 좋은데, 친구라서.

생각을 입 안에서 굴리다가

결국 이내 꿀꺽 삼켜버렸다.

(M6: 양다일 - 고백[03:31])

B: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가고

나는 너에 대한 내 감정을

삼키는 횟수가 잦아졌다.

속으로 담아둔 생각들이 가득 차버려,

온 일상을 너로 채워 갈 때쯤

네가 짐짓 진지한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A: “김성우.”

B: “왜.”

A: “박진성 있잖아.”

B: “응.”

A: “걔가 나 좋아한대.”

B: 순간 네가 한 말들이 산산이 조각난 채

공중으로 흩뿌려졌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겨우 네가 뱉은 단어들을

하나하나 주워 다가 다시 이어 붙였다.

그러니까, 걔가, 너를, 좋아해?

B: “고백 받았다고?”

A: “어.”

(S2: Sam Smith - Too Good At Goodbyes[03:21])

A: (안타까운 듯이)남자 주인공의 짝사랑에

위기가 찾아온 것 같네요.

과연 주인공은 짝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요?

다음 주 이 시간에 계속해서 읽어드리겠습니다.

다음에 또 같이 열어보아요.

A, B: 안녕~

배예진 수습국원  cubradio@gmail.com

<저작권자 © CUB,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예진 수습국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많이 본 뉴스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