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RADIO 저녁방송
북크박스 - 6주차2018년 10월 04일 목 저녁방송

제작 : 배예진 / 아나운서 : 조해영, 임준재 / 기술 : 배예진

(S1:Shawn Mendes - Where Were You In The Morning?[03:20])

A: 안녕하세요. 상자 속에 담긴

여러분의 문학 작품을

하나씩 꺼내어 소개하는, 북크박스입니다.

문학은 누구나 창작하고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북크박스는

창원대 학우분들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여 소개해드리고 있답니다.

A: 오늘은 상자 속에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세상과 이별한

안타까운 일기 한 장이 놓여있네요.

모든 것이 완벽했던 날, <10월 1일>입니다.

(M1: 샘김(SAM KIM) - Who Are You [04:15])

B: 내 나이 28살. 어제 죽었다.

10월 1일, 그날은 아침부터

톱니바퀴가 딱 맞아떨어지듯이

모든 게 순조로운 하루였다.

항상 실패하던 계란 프라이가

노르스름하게 반숙으로 구워졌고,

넥타이가 그날따라 잘 묶여서

1분도 안 걸렸다.

어제 미리 준비해둔 서류도

잊지 않고 가방에 넣어서 현관을 나섰다.

B: 대학 생활 4년에 취업 준비

2년을 열심히 한 나는,

공단 지대의 자그마한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다.

친구들은 이미 대기업이며, 결혼이며,

각자 나름의 삶을

부유하게 이어나가고 있었다.

허나 나는 겨우 붙은 작은 회사에,

원룸 자취방에, 애인도 없이

20대를 보내고 있었다.

그래도 나만 바라보는

부모님이 계시기에 열등감을 가지지도,

가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저 내 길만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 나도 저들처럼 여유로워지겠지.’

라며 위안 삼았다.

(M2: Lasse Lindh - Hush [04:20])

B: 이제 제법 가을이 오는 건지

출근길이 상당히 추워졌다.

늘 입던 와이셔츠만으로는

너무 추워 재킷까지 걸치고

나왔는데도 꽤나 쌀쌀했다.

차를 타고 출근을 하려는 야심과는 달리,

자취방 보증금에, 월세에,

생활비에 숨이 턱턱 막히던 나는

차를 과감히 포기했다.

덕분에 남들보다 1시간 일찍 집을 나서야 했고,

아침 찬 공기를 맞으며

버스에 발을 올려야 했다.

하지만 이날은 버스가

딱 시간 맞춰서 도착했고,

버스에는 나를 위한

딱 한 자리가 남아있었다.

매일 서서 출근했었는데

이날만은 앉아서 노래를 들으며

여유로운 출근 시간을 가졌다.

B: 사무실 문을 여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삭막한 공기가 콧등을 스쳤다.

다행히 지각은 아니었지만

먼저 출근해 미간을 찌푸리고 계시던

부장님이 마음에 걸렸다.

책상에 앉아 집에서 다 끝내지 못한

일 더미를 꺼내두고

하나씩 검토를 시작했다.

두꺼운 서류의 반쯤이 지났을까,

부장님 입에서 내 이름 석 자가 불렸다.

내 보고서에 또 어떤

아니꼬운 지적들이 있을지,

또 어떤 터무니없는 시비를 걸지,

아침에 인상을 찌푸리던 이유가 나였는지,

잔뜩 긴장을 한 채로 부장님 앞에 다가섰다.

(M3: 어반자카파 - 소원 [03:56])

B: 예상과는 매우 달리,

부장님은 이번 보고서는 정말 잘 썼다고

한 번에 결재를 해주셨다.

분명 어젯밤 잠결에 대충 쓴 것 같았는데.

운이 좋았다고 여기며 속으로는 웃었다.

‘이번처럼 보고서 작성을 해오겠다.’

하고는 다시 내 책상으로 가서

남아있던 업무를 마저 끝냈다.

B: 이날 따라 회의며, 일이며,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하고는

인생을 다 살아본 척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괜히 어른인 척도 해보았다.

모든 일이 순조로워서 6시 정각에

딱 퇴근까지 할 수 있었다.

이런 날은 집에서 축구 보면서

치킨과 맥주로 나만의 힐링 시간을

보내야 한다며 근처 치킨집에 들러

닭 한 마리까지 포장해갔다.

(M4: Lana Del Rey - Young And Beautiful[03:56])

B: 맥주는 집 근처 편의점에서 사기로 하고,

횡단보도의 정지선에 발을 맞추고는

신호를 기다리며 치킨 기름내를 맡고 있었다.

신호등에 파란불이 아른거리던 순간

피아노 건반 같은 횡단보도를

하나씩 발을 내디디며 건넜다.

3분의 1 정도 지났을까,

하얀 건반을 밟으려는 순간이었다.

B: 옆을 돌아볼 새도 없이 검은 물체가

나의 신체 왼쪽 전체를 강하게 쳤다.

충격으로 인해 몸이 붕 뜨는 순간,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순간,

신호등을 기다리던 순간,

치킨을 사던 순간, 퇴근하던 순간,

부장님께 칭찬받던 순간,

버스를 타며 여유 부리던 순간.

모든 순간이 거꾸로, 거꾸로 흘러

내가 지나온 시간이 주마등처럼 되감아 졌다.

(M5: 에일리 -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03:50])

B: 되감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차에 부딪힌 충격으로 튕겨 나간 나는

반대편 차선에서 오던 트럭에 다시 몸을 부딪쳤다.

2번 연속으로 부딪혀

횡단보도에 널브러진 내 사지는

온갖 피를 뒤집어쓴 상태가 되었다.

눈앞이 흐릿해서 정신이 혼미할 때

구급차 소리가 들렸고

정신없이 병원에 도착하였다.

B: 내 몸을 감는 호스가 하나둘씩 늘어가고,

다시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심장 소리가 약해져 갈 때쯤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교통사고를 당하기 위해

오늘 하루는 톱니바퀴처럼 딱딱 맞아떨어졌던 것일까.

지금 이 시각, 6시 28분을 위해

오늘 하루가 순조로웠던 걸까.

이 순간을 위해 나는

28년을 살아온 것일까.

나에게 정해진 수명은 딱 28년이었던 걸까.’

(S2: Sam Smith - Too Good At Goodbyes[03:21])

A: 실제로 10월 1일 오후 6시 28분경

경남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의

왕복 4차선 도로를 달리던

에쿠스 승용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28살 A 씨를 들이받았습니다.

에쿠스에 치여 튕겨 나간 A 씨는

반대편 차선을 달리던 1t(톤) 트럭에

다시 한번 더 치였고,

결국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28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였답니다.

A: A 씨가 안타까웠던 작가님은

그의 마지막 순간을 소설로 남겼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하루는

결국 생의 마감 시간을 지키기 위해

순조롭게 이어져 왔던 걸까요?

이상 <10월 1일>이었습니다.

다음 주에도 여러분의 심금을 울리는

작품을 담아올게요. 이상, 북크박스 닫겠습니다.

다음에 또 같이 열어보아요.

A, B: 안녕~

배예진 수습국원  cubradio@gmail.com

<저작권자 © CUB,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예진 수습국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많이 본 뉴스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