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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크박스 - 4주차2018년 09월 20일 목요일

제작 : 배예진 / 아나운서 :조해영, 임준재 / 기술 : 배예진

(S1:Shawn Mendes - Where Were You In The Morning?[03:20])

B: 안녕하세요. 상자 속에 담긴 여러분의 문학 작품을

하나씩 꺼내어 소개하는, 북크박스입니다.

문학은 누구나 창작하고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북크박스는 창원대 학우분들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여 소개해드리고 있답니다.

B: 오늘은 상자 속에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눈물 짠내가 코끝을

간질이는 작품이 있네요!

이별의 슬픔을 너무나도

잘 표현한 작품, 바로 최윤진 학우님의

<너의 이름을 지으며>입니다.

(M1: 박원 - 노력 [04:23])

A: 의미 없이 틀어놓은 직사각형의

텔레비전에서 ‘오늘의 날씨는’으로

시작되는 상투적인 멘트가 흘러나왔다.

일기예보를 크게 귀담아듣지 않는 나는

맥아리 없는 열 손가락을

검은 노트북의 자판에 올려놓은 채,

또한 맥아리 없는 눈빛은

검은 노트북의 화면을 주시한 채

내가 써 놓은 수천 가지의 글자들을

찬찬히 읽어보고 있었다.

의도치 않게 내 귓속으로

‘맑은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는 기상캐스터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A: 그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회색 커튼이 쳐져 있는 집

베란다 쪽을 한번 쳐다봤다.

빛이라고는 하나도 들지 않았다.

그 때문에 햇빛의 온도를 받지 못한

바닥은 한없이 차가워져 있는 상태일 것이다.

‘오늘도 일기예보는 순 엉터리네’

하고 나지막이 내뱉으며

오늘 새벽, 그러니까 불과 몇 시간 전에

편두통을 앓으면서도 근근이 짜내었던

문장 몇 개를 손가락을 움직여

워드에 적어 내려갔다.

일기예보가 틀린 지 벌써 꼬박 열흘째였다.

(M2: 멜로망스 - 욕심 [04:00])

A: 원고 마감을 약속한 날짜는

당장 이번 주로 다가왔고,

나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밤낮을 꼬박 이것에 매달려야 했다.

그래서 나는 오랜 연인과

이별한 후 오는 여러 가지 것들을

혼자서 만끽할 여유도 없었다.

좋지 못한 이별에 내려앉은

내 몸과 정신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쓰이지 않는 연애소설의 끝을 내야 했다.

A: 가끔 울컥 눈물이 쏟아져도

눈물을 뚝뚝 흘리며

다음 문장을 적어 내려갔고,

밥이 안 넘어가면

며칠이고 먹지 않은 채로,

잠이 오지 않으면

피곤한 눈을 홉 뜬 채로 나의 일에,

나의 원고에, 나의 소설에 매달렸다.

그러는 열흘 동안 항상 쳐져 있는

회색 커튼 너머에선 햇빛도 들지 않고,

심지어 간간히 비도 왔다.

이상하게도 일기예보는

항상 (쉬고) ‘맑음’이었다.

(M3: 정키 - 홀로(Feat. 김나영) [04:28])

A: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마음이 갑자기 불쑥 치밀어 올라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안 쓴 지 열흘도 넘은

밥솥의 솥을 꺼내 깨끗이 씻어내고,

주방 한 켠 쌀을 담아 놓은 통을 열어

쌀을 한 컵, 한 컵, 솥에다가 담았다.

그때, 열흘 동안 한 번도

떠올리지 않으려 노력했던

너의 이름 석 자가 생각났다.

A: 총 세 컵을 담았으니,

내 머릿속에 희미하고도 선명하게 세 번.

잠시간 눈을 감았다가

쌀을 씻기 위해 싱크대로 향했다.

물을 틀어 쌀을 두 번 씻었다.

쌀을 씻은 뽀얀 물을 버릴 때,

또 너의 이름이 지나갔다.

두 번 쌀을 씻어냈으나,

내 눈가 언저리에 스치듯이 두 번.

부엌에 놓인 밥솥 앞에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솥을 넣으면서

우습게도 나는 이 행위가

밥을 짓는 것이 아니라

너의 이름을 짓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M4: 어반자카파 - 그때의 나, 그때의 우리[03:18])

A: 칙칙, 소리를 내는 밥솥을

몇 십분 간 하염없이 쳐다보다가

천천히 손을 짚고 일어나

마지막 한 문장을 기다리고 있는

미완의 소설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우리 영영, 이렇게

둘이서만 행복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라는 마지막 문장을 썼다.

그러자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나는 또 부엌으로 가

주걱을 들고 밥솥을 열었다.

하이얀 김을 내뿜는 먹음직스러운 밥을

조그만 밥그릇에 담으며 또 너의 이름을.

A: 하얀 쌀밥과 몇 가지 조촐한 반찬들을

사각의 나무쟁반에 놓고

거실로 가져갔다.

식욕이 별로 없었지만,

숟가락을 들어 밥을 한 숟갈

퍼낸 뒤 입속으로 넣었다.

퍼석한 입안이 무언가로 가득차서

눈물이 맺혔다.

그러니까, 너의 이름으로

가득 차서 눈물이 났다.

(M5: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한동근[04:22])

A: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떨리는 손으로 커튼 끝을

부여잡고 힘차게 걷어냈다.

분명, 빛은 하나도 없었는데.

비가 오는 거로 생각했는데.

무심하게도 햇볕이 어둡던

거실을 환하게 밝히는 순간에

나는 내가 적은 문장이 떠올랐다.

(쉬고) ‘우리는 영영, 이렇게

둘이서만 행복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A: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항상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나는 꾸역꾸역 들어찬

너의 이름을 겨우 삼켜내며

엉엉 울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써야 했던

마지막 문장을 생각하며,

아픈 이별에 담담한 척하며

끝내야 했던 나의 일을 생각하며,

그리고 너의 이름을,

너를 생각하며.

(S2: Sam Smith - Too Good At Goodbyes[03:21])

B: (우울하게) 이별을 맞이하고 슬퍼할

시간도 없이 행복한 글을 써내야 했던

작가님의 아픈 마음들이

전해지는 소설이네요…

최윤진 학우님은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라는

시를 보고 영감을 얻어 창작하셨다고 해요!

여러분은 가슴 아픈 이별을 떠올리는

시 한 편이 있으신가요?

B: 헤어진 연인과의 사랑과 추억을

소설의 마지막 한 문장으로

마무리하는 소설, 최윤진 학우님의

<너의 이름을 지으며>이었습니다.

오늘 꺼낸 작품은 어떠셨나요?

다음 주에도 여러분의 심금을 울리는

작품을 담아올게요.

이상, 북크박스 닫겠습니다.

다음에 또 같이 열어보아요.

A, B: 안녕~

배예진 수습국원  cubrad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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