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RADIO 저녁방송
북크박스 - 3주차2018년 09월 13일 목요일

제작 : 배예진 / 아나운서 : 조해영, 임준재 / 기술 : 배예진

 

(S1:Shawn Mendes - Where Were You In The Morning?[03:20])

A: 안녕하세요. 상자 속에 담긴 여러분의 문학 작품을

하나씩 꺼내어 소개하는, 북크박스입니다.

문학은 누구나 창작하고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북크박스는 창원대 학우 분들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여 소개해드리고 있답니다.

A: 오늘은 상자 속에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오늘은 꽤 귀여운 작품이 있네요!

선인장의 입장에서 남녀를 바라보는

작품이라고 하네요!

바로, 도현태 학우님의 <선인장>입니다.

(M1: Fortunes - 501's [03:01])

B: 너희들은 ‘선인장’ 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뭐가 떠올라?

가시? 고슴도치?

어어, 잠깐만. 고슴도치는 좀 심하잖아.

그 가시 빽빽한 녀석보다는 선인장이

몇 배는 낫지 않아?

솔직히 말해서, 선인장이 얼마나 예뻐, 응?

어차피 가시 달린 것들은 다 똑같다고? 쳇.

B: 선인장이 다른 식물들한테 밀릴게 뭐가 있어?

일단 몸 튼튼하잖아.

비실 비실대는 어떤 것들보단 백 배, 천 배 낫지!

게다가 가끔 잊어먹고 물 안줘도 잘 살아남지!

그리고 꽃도 예쁘지. 꿇릴 거 하나도 없잖아?

햇살 내려쬐는 사막 한 가운데에 우뚝 선 선인장.

얼마나 멋있냐? 내 로망이지 완전.

B: 그럼 사막에서 온 거 아니냐고? 아니지~

내가 처음 기억나는 건

유리 상자로 들어갔을 때부터야.

내 밑동은 사막의 기운이라고는 없는

촉촉한 흙이 감싸고 있었고,

유리 상자에서 너희들이 지나다니는 걸 보고 있었지.

(M2: Lukas Graham - Love Someone [03:26])

B: 그렇게 나는 점점 자라면서

내가 있는 곳이 사람들의 언어로는

‘꽃집’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

나는 팔려고 꽃집 주인이 내놓은 것이지.

그런데 왜인지 내가 인기는 없더라.

한참을 안 팔려서 너무 커지는 바람에

뿌리가 답답하기도 했어.

B: 그런데 언제더라. 아, 그래.

여름이 막 시작되던 때인가?

그 때부터 일정한 시각만 되면 나를 찾아와서

보고 가던 사람이 있었어.

매일 내 앞에 앉아있으니까

내가 얼굴까지 기억한다고.

어쨌건, 그 여자는 서쪽 하늘이

발그스레하게 변해갈 때 쯤 와서,

나를 한참이나 쳐다보고 갔어.

보통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 관찰하지 않거든.

나중에는 내가 말을 걸어보려고까지 했다니까!

물론 내 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으니까 포기했지만.

B: 그렇게 한 열 댓 번?

해가 뜨고 지는 걸 반복하더니 나중에는

그 여자가 옆에 남자를 데리고 와서 날 가리키더라고

난 유리상자 안에 있으니까 뭐라는지 들을 순 없고.

내 욕을 하는 것 같진 않았어.

다만, 여자의 표정과는 다르게

남자의 표정이 아주 뭐 씹은 표정이었지.

뭐 어쩌라고, 흥.

(M3: Myle.D - Overfill [03:26])

B: 그런데 한참 뒤에 내가 슬슬 졸려하기 시작할 때,

내 앞에 검은 물체가 딱 다가오는 거야.

유리상자가 날 보호하고 있기는 한데,

솔직히 말해서 너희들도 갑자기

뭔가가 다가오면 무섭잖아?

나도 마찬가지야. 식물 주제에 뭘 놀라냐고?

인마, 우리도 놀라! 놀라면 가시가 하늘을 찌른다고.

B: 그 검은 물체는 낮에 봤던 그 남자였어.

그 남자는 나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눈썹 사이를 찌푸리는 거야.

날 보면서 자꾸 이상한 표정을 짓길래,

나도 주름 좀 잡아줬지!

날 한참이나 찌푸린 표정으로 본 남자는

일어서더니 꽃집 문을 열었어.

꽃집 주인은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문이 열리니까 화들짝 놀라서 앞으로 고꾸라지더라.

가관이었지.

(M4: 스탠딩 에그 - 고백 [04:40])

B: 둘은 얘기를 나두더니 이내 곧

꽃집 주인이 나를 꺼내서 집어 드는 거야.

다른 녀석도 아닌 나라니!

꽃집 주인은 나를 그 상태 그대로 남자한테 건넸어.

A: (능글스럽게) “아이고 총각, 보는 안목이 있네~

이 녀석이 지금은 이렇게 좀 못생겼어도,

꽃이 참 예뻐. 잘 골랐어!”

B: (무뚝뚝하게) “...얼마죠?”

B: 주인은 호들갑을 떨면서 나를 선전했고,

중간에 욕이 들어간 것 같았지만 무시하기로 했어.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나온 거니까.

남자는 주인에게 네모난 종이를 건네고 꽃집을 나왔어.

다른 비리비리한 놈들은 대여섯 장씩 주던데.

내가 종이 한 장 가치밖에 안 된다는 것에

좀 울컥했지만, 뭐 어때. 드디어 나왔으니까!

(M5: 오곤 - 시간의 색 [04:39])

B: 나는 답답한 덮개를 쓴 채

남자의 손에 들려 막 돌아다녔어.

바깥은 훨씬 시끄럽더군. 하지만 얼마 못가서

그 남자의 집에 들어왔어.

나를 책상에 두고는 이런 저런 혼잣말을 하더라고

B: (쉬고, 무겁게) “걔가 널 볼 때 표정이

가장 풀어지던데...”

B: 다음 날이 되어서 나는 손가방에 담겼어.

밖을 못 보는 게 흠이지만,

외출을 이렇게 오래해본적은

처음이어서 기분은 좋았어!

그러다가 남자는 하늘이 붉게 물들 때 나를 꺼냈어.

내 눈앞에는 바로 그 여자가 떡하니 있더라고.

맞아, 나를 만날 보고 갔다는 그 여자!

짜식. 은근 이렇게 로맨틱한 면도 있었구먼!

B: 나는 남자의 두 손에 얹힌 채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고,

여자의 얼굴은 발그레한 하늘빛과 똑같았어.

둘이 포옹하는 데 정말

음~ 내가 다 부끄러웠다니까!

아무튼, 그 날부터 난 그 여자 창가로

집이 바뀌게 되었어.

(M6: 로이킴 - 그때 헤어지면 돼 [04:08])

B: 그렇게 새로운 여자 주인집에 자리를 잡고,

나는 ‘캑티’라는 이름도 생겼어.

아마 내가 선인장이니까 ‘cactus’에서

이름을 따온 거 같더라고.

여자는 늘 하루의 마지막에 나를 잡고

얘기를 들려주어서 심심하진 않았어.

그런데 어느 날은 여자의 눈에서

물 같은 게 떨어지더라고.

B: 여자 주인은 많은 눈물을 흘리고는 지쳐 잠들었어.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니까

헤어진 거 같더라고...

그 인상 찌푸리던 놈이 바람을 펴서...

아니, 그럴 거면 나를 왜 산거야?

처음 볼 때부터 영 맘에 안 들었어. 흥.

(M7: 정준영 - 공감(Feat. 서영은) [04:07])

B: 그 날 이후에 난 위치가 옮겨졌어.

처음에는 화장실 창틀,

다음에는 빈 방 창가, 그러다 햇빛이 안 드는 곳.

여기에 자리 잡았지.

물론, 주인이 내 앞에 와서 말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것도 더 이상은 없었어.

어우 좀 춥긴 하다.

몸도 시들시들한 게 이러다 꽃을 피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꽃도 못 피워보고 죽는 건 아니겠지?

B: 주인은 어느새 새로운 연인이

생긴 건지, 또 다른 식물을 가져왔어.

맞아. 자리를 옮긴 게 아니라,

나는 버려졌던 거더라.

나 말고 다른 녀석들이 점점 들어오던데.

주인 마음에는 더 잘된 거지.

주인, 봄 되면 나 좀 데리러 와라.

그 때 당신이 흘린 눈물은 내가 받았으니까,

안 쓰고 간직하고 있을 거야.

그리고 주인, 당신은....(쉬고) 행복하게 살고.

이번에는 나쁜 놈 아니길 바랄게.

어우. 엄청 춥네. 좀 자야겠다.

(S2: Sam Smith - Too Good At Goodbyes[03:21])

A: 여러분은 옛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어떻게 하셨나요?

우리 모두 한 때는 정말 가지고 싶던

물건들이 있었을 거예요.

혹은 그 물건에 얽힌 추억을 더는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버렸던 적도 있으실 거예요.

만일 작품 속 선인장 캑티가

사람이었다면 어떨까요?

이 작품을 쓰신 도현태 학우 분께서

선인장에 사람을 대입해서 읽으시면

이해가 더 쉬울 거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물건 뿐 아니라,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추억이었고, 사랑이었답니다.

A: 버려진 것들에 대한 사랑을 다룬,

도현태 학우님의 <선인장>이었습니다.

오늘 꺼낸 작품은 어떠셨나요?

다음 주에도 여러분의 심금을 울리는

작품을 담아올게요.

이상, 북크박스 닫겠습니다.

다음에 또 같이 열어보아요.

A,B: 안녕~

배예진 수습국원  cubradio@gmail.com

<저작권자 © CUB,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예진 수습국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오늘의 주요뉴스
들어라 6주차
[RADIO]
들어라 6주차
이브닝 뉴스
[RADIO]
이브닝 뉴스
닥터무비 6주차
[RADIO]
닥터무비 6주차
CUB뉴스 5주차
[RADIO]
CUB뉴스 5주차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