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숲 - 사랑받는다는 것

제작 : 김나현 / 아나운서 : 우인화 / 기술 : 김나현

(S1 : 터닝테이블 - 고민, 밤, 거리, 비[02:53])

아나운서 : 신라 경문왕의 귀는

당나귀의 귀처럼 길었다고 해요.

그것을 부끄러워했던 그는 왕관 속에 귀를 숨겨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게 했으나,

단 한 사람,

그의 왕관을 만드는 복두장은 알고 있었죠.

(쉬고) 이 사실을 알렸을 때

자신에게 해가 될까 노심초사하던 복두장은

이것을 비밀로 하기로 해요.

그러나 죽음이 임박하자,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도림사의 대나무 숲에 가서 이렇게 외쳐요.

(쉬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S1↗

아나운서 : 누구나 마음속에

말 못 할 고민을 가지고 있어요.

부끄러워서, 두려워서,

다른 사람의 눈치가 보여서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

답답해만 하지 말고, 우리 대나무 숲에 이야기할래요?

(M1 : 여자친구 – 오늘부터 우리는[3:42])

아나운서 : 요즘 거리를 걸으면

‘우리가 걷던 그 길 맞나?’라는 생각이 들죠?

(쉬고) 길가에 핀 예쁜 꽃들 때문에요.

그래서 괜히 찍지도 않는 사진 찍어보고

꽃 옆에 찍은 사진을 보며

‘뭐가 꽃이게?’해보지 않나요?

M1↗

어? 저기 여러분처럼

봄의 향기에 취해있는 친구가 있어요!

그런데 ‘봄이 왔다!’는 설레임보다

꽃들의 향기에 약간 센치해진 것 같네요~

갑자기 무엇 때문에 감성적이게 되었는지,

우리 같이 들어볼까요?

(M2 : 제시카 & 김지표 – 어쩜[03:55])

사연자 :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맘 때는 꽃들이 활짝 펴요.

옛날에는 꽃 피면 왠지 모르게 설레고,

(살짝 웃으면서) ‘꽃보러 온 많은 사람들 중

내 짝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뭐 드라마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는 걸

알아버린 이상, 이제는 그런 희망은 안 가지죠.

그냥 우울해질 뿐...

M2↗

사연자 : 남자친구는 뭐 아직 안 태어났다,

생각한다 쳐요.

근데 요즘 저 왜 이러죠?

혼자인 걸 못 버티겠고,

어디엔가 기대고 싶은 건지...

괜히 심술만 부리네요.

(M3 : 에이프릴 – 팅커벨[03:21])

사연자 : “예쁘다.”라는 말이 듣고 싶은 것 같아요.

“꽃이랑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예쁘다!”라는 말을...

꽃 보면 기분 좋아지고,

안 찍던 사진 찍잖아요.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올리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요. 지금 딱 그 상태예요.

나도 예쁘고 싶고,

나도 예쁘단 소리 듣고 싶은데,

누구한테 해달라고 할 수도 없고...

M3↗

사연자 : 맞아요. 저 약간 관종 같아요.

그런데 사람들 모두 관종 아닌가요?

내가 말을 하면 친구가 반응해줬으면 좋겠고,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줬으면 하는 거.

저만 그런 건 아닌 거 같은데?

(쉬고) 내가 뭘 하든 좋아해주는 사람.

내가 내 존재 자체로 의미 있게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내 옆에 있다면,

그게 힘이 되어 내일을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M4 : 카라 – Pretty Girl[03:29])

사연자 : ‘나 자신을 사랑해라.

내가 나를 사랑하면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라는 말.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쉬고) 그런데 어떻게 나를 혼자 좋아하고,

나를 혼자 어떻게 사랑해요?

기준이 없는데...

내가 좋다는 기준도

내가 싫다는 기준도 없는데 말이죠.

저는 그런 철학자는 못될 것 같아요.

그냥 인간으로 살래요~

사회적인 인간으로~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고

그 관심에 뿌듯해하는 그런 사람으로요!

(M5 : 에이핑크 - five[03:12])

아나운서 : 벚꽃으로 설렜지만

벚꽃 때문에 우울해진 학생이군요.

누구나 꽃을 보고

꽃길을 걸으면 기분 좋아집니다.

왠지 호강하는 것 같고,

꽃들이 우리를 반겨주는 것 같으니까요.

(쉬고) 그러나 꽃을 보면서

왠지 모를 공허함이 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꽃은 이렇게 아름답게 피었는데,

나는 언제쯤 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고,

‘나도 꽃이 되고 싶다.’

‘나도 예쁘고 사랑 받고 싶다.’

라는 생각에 휩싸여,

꽃을 동경하기도 하죠.

아까 찾아온 학생은

이 경우에 해당하는 것 같네요.

(S2 : 에이핑크 - Eyes[03:57])

아나운서 : 아까 학생이 이야기한 것처럼

누구나 사랑받는 것을 좋아하고,

인정받으면 기쁩니다.

칭찬 받는 것이 인생의 척도가 될 수 있고,

인생의 지름길이 될 수 있죠.

(쉬고) 그런데 이런 생각해보신 적 있으세요?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사랑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거요.

누군가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사랑을 주는 사람이 무조건 필요합니다.

여러분은 사랑을 받기 이전에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줘 보셨나요?

내가 받았으면 하는 사랑.

혹시 다른 사람에게 주는 연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주는 사랑에 응답해주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S2↗

지금까지 여러분의 고민을

마음 편히 말할 수 있는 공간,

여기는 대나무 숲이었습니다.

여러분의 고민,

오롯이 여러분 것만이 아닙니다.

무거운 짐을 풀어 놓듯,

우리 대나무 숲에 이야기하는 건 어떨까요?

(쉬고) 대나무 숲은 매주 수요일 여러분을 찾아옵니다.

그럼 다음주 수요일까지 아프지 말고,

대나무 숲으로 놀러 와요~

안녕~

S2↗

김나현 실무국장 cubrad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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