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 김나현 / 아나운서 : 우인화 / 기술 : 김나현

(S1 : 터닝테이블 - 고민, 밤, 거리, 비[02:53])

아나운서 : 신라 경문왕의 귀는

당나귀의 귀처럼 길었다고 해요.

그것을 부끄러워했던 그는 왕관 속에 귀를 숨겨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게 했으나,

단 한 사람,

그의 왕관을 만드는 복두장은 알고 있었죠.

(쉬고) 이 사실을 알렸을 때

자신에게 해가 될까 노심초사하던 복두장은

이것을 비밀로 하기로 해요.

그러나 죽음이 임박하자,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도림사의 대나무 숲에 가서 이렇게 외쳐요.

(쉬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S1↗

아나운서 : 누구나 마음속에

말 못 할 고민을 가지고 있어요.

부끄러워서, 두려워서,

다른 사람의 눈치가 보여서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

답답해만 하지 말고, 우리 대나무 숲에 이야기할래요?

(M1 : 러블리즈 – 지금, 우리[03:16])

아나운서 : 드디어 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항상 시작이라는 것은 설레지만,

한편으로 두렵기도 한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하는 새내기,

다시 시작하는 재학생,

오랜만에 시작하는 복학생 여러분.

진심으로 여러분의 시작을 응원하고 축하합니다.

M1↗

어? 저기 여러분처럼 새 학기를 맞이한 학생이

대나무 숲에 찾아 왔네요.

모처럼 다녀온 학교.

너무 오랜만이라 힘들었던 걸까요?

풀이 죽어있는 것 같아요.

한번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볼까요?

(M2 : 레드벨벳 - I just[3:08])

사연자 : 시작되어버렸어요...

갑자기 찾아온 것도 아니고,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생각했던 시작이 아니어서 그럴까요?

막상 다가오니, 기쁘기보다 두려운 것 같아요.

(쉬고) 지난주까지만 해도 괜찮았었거든요.

상상만으로도 달콤한 꿈이었는데,

점점 우수에 차더니 악몽으로 변해버렸어요.

이렇게 어둠의 굴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건 아니겠죠?

지금 굉장히 무서워요.

(쉬고) 만약 새내기였다면, 희망은 있었을 것 같아요.

모두 다 처음 시작하는 거고,

다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니까.

그런데 저도 처음이거든요.

저도 아무것도 모르는 고요.

그런데 저는 혼자예요.

그리고 1학년이 아니라, 3학년이죠.

(한숨 쉬며) 맞아요... 저는 편입생입니다.

(M3 : 위키미키 – metronome[03:22])

사연자 : 이번에는 제가 하고 싶은 공부,

잘 할 수 있는 공부를 하고 싶어서 왔거든요.

부모님이 바라는 공부가 아니라.

그래서 “이 학교는 어떤 학교일까? 잘 할 수 있겠지?”

생각하며,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는데...

오늘 딱 알게 된 것 같아요.

다들 무리가 있고,

친한 사람들이 있는데, 저만 혼자더라고요.

밥을 먹으러 갈 때도, 집에 갈 때도 저만 혼자였어요.

(쉬고) 말이라도 먼저 건네 보지 그랬냐고요?

안 하고 싶었겠어요?

친해지고 싶었죠.

그런데 진짜 애벌레처럼 기어 올라가면

다른 학생들은 나비처럼 날아다니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리죠.

그들끼리 바쁘고 행복한데,

끼면 괜히 방해될 것 같고,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는

이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요?

(쉬고) 노력을 안 한다고요?

너무 안일하다고요?

인공 손잡이 없는 암벽등반 해보실래요?

올라가려고 애써도 떨어지고,

손은 다 망가졌는데 제자리이면,

어떻게 의욕이 생기겠어요.

(M4 : 레드벨벳 - time to love[03:15])

사연자 : 그냥 편했던 게 좋았던 건데

익숙했던 게 행복했던 건데

지금은 괜한 결정 했나 생각해요.

우울해서 전에 다니던 학교 친구에게도 전화해봤는데,

벌써 이방인 취급하고,

이젠 저 없이도 잘살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냥 제가 한낮 종이 같은 사람이었나 봐요.

그래서 자리가 비어도 티가 안 나고,

조금만 건드리면 쉽게 구겨지고 찢기는...

(쉬고) 이 참에 교수님과 친해져야죠.

(씁쓸하게 웃으면서) 공부랑 연애하고요.

그것이 제가 원했던 진정한 캠퍼스 아니었을까요?

(M5 : 레드벨벳 - 달빛소리[3:40])

아나운서 : 우울한 모습이 역력했던 그녀는

편입생이었군요.

편입생, 다른 학교에서 우리 학교로

전학 온 학생이라고 생각하시면 조금 더 편할 텐데요.

고등학생이었다면 반이라는 형식적인 굴레에서

조금은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면,

대학생은 학생 자신의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고,

학과라는 구분이 있다고 해도

같은 수업을 듣는 사람으로만 생각할 수 있죠.

그래서 편입생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수업을 듣는 것도 힘들지만

의지할 곳이 없다는 것,

혼자가 되어버렸다는 것에 더 어려움을 느낀다고 해요.

(쉬고) 이 넓은 세상에서 ‘혼자’라고 생각하는 것.

그것만큼 우울한 게 없죠.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나는 상관없는 사람이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과 나는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에 빠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쓸쓸함에 사로잡히게 되니까요.

(S2 : 모모랜드 - fly[03:05])

아나운서 : 그러나 혼자라고 생각하는 것.

이 세상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져 있다고 느끼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은 아니에요.

그냥 스쳐 가는 생각으로라도

누구나 한번은 느꼈던 감정이거든요.

만약 그런 상황이 오면,

대부분의 사람은 친했던 사람에게 의지하거나,

자신이 속한 무리에서 친해지고 싶은 사람을 찾습니다.

오늘 대나무 숲에 찾아왔던 편입생도

그런 모습을 보였죠.

그런데 한두 번 상처 받았다고 포기해버리면,

나중에 뒤돌아봤을 때 후회하고 있지 않겠어요?

(쉬고) 자신이 원하는 집단과 친해지려면,

크게 3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해요.

먼저 그 집단이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아보는 ‘벤치마킹’,

그리고 그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표현’,

마지막으로 마음을 여는 ‘오픈마인드’.

이 세 가지를 생각해서 행동하다 보면,

어느새 그들과 친구가 되어 있을 거예요.

(쉬고) 지금까지 여러분의 고민을

마음 편히 말할 수 있는 공간,

여기는 대나무 숲이었습니다.

여러분의 고민,

오롯이 여러분 것만이 아닙니다.

무거운 짐을 풀어 놓듯,

우리 대나무 숲에 이야기하는 건 어떨까요?

(쉬고) 대나무 숲은 매주 월요일 여러분을 찾아옵니다.

그럼 다음주 월요일까지 아프지 말고,

대나무 숲으로 놀러 와요~

안녕~

S2↗

김나현 실무국장  cubradi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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